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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부산 최고 땅값 금강제화 옆도 가게 뺐다…‘옛 영광’ 잃은 서면상권

부산진구 서면1·2번가 줄줄이 공실
‘권리금 없음’ 임대 현수막 무색
쥬디스태화 1층도 수개월째 비어
“서면에서 만나자” 약속도 옛말
상대적 싼 임대료·SNS 효과 등에
인근 전포동으로 상권 빠르게 이동
이유진 기자 eeuu@kookje.co.kr | 2023.10.1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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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상권을 대표해온 부산진구 서면이 황량하다. 엔데믹에도 좀처럼 상권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10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1번가 금강제화 인근 건물 1층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유진 기자
오랫동안 부산에서 가장 땅값이 비쌌던 서면1번가 금강제화 주변 상가도 줄줄이 텅 비었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나붙은 임대 현수막에는 ‘권리금 없음’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번화했던 과거가 무색할 정도다.

“서면에서 만나자.” 한때 ‘만남의 광장’으로 통했던 서면2번가 쥬디스태화 건물도 1층 상가들이 수개월째 공실이다. 전문가들은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인근 전포동으로 상권이 이동하는 현상이 코로나19를 거치며 더 뚜렷해졌다고 진단한다.

●세 걸음에 한 곳은 폐업

10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서면 상권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서면시장부터 이어지는 서면1번가에는 임대 현수막이 붙은 점포가 수두룩했다. 세 걸음에 한 곳씩 빈 점포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건물이 통째 빈 곳도 있었다.

10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1번가 금강제화 인근 건물 1층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른쪽이 한때 부산 땅값 부동의 1위를 지켰던 금강제화 건물, 가운데는 서면 2번가 쥬디스태화 건물. 이유진 기자
특히 2020년까지 무려 18년간 부산 땅값 부동의 1위를 지켰던 금강제화 옆 165㎡(50평), 330㎡(100평) 1층 상가에도 임대 현수막이 보였다. ‘권리금 없음’ ‘상담 환영’ 등 글씨가 진하게 새겨졌다.

현수막을 건 부동산중개업자는 “반년 정도 상가가 비었다. 한창 장사가 잘될 때는 임대 현수막을 붙일 겨를도 없이 다른 가게가 들어왔는데, 지금은 권리금을 없애도 문의 전화 몇 통만 올 뿐 상가가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곳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500만 원 정도의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왕복 6차로 중앙대로 건너편 서면2번가는 그나마 1번가보다 조금 나았지만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부산시민의 상징적 약속 장소였던 쥬디스태화 건물 1층 상가들마저 몇 달째 휑하다. 직전에 임시로 운영됐던 스포츠 브랜드 폐점 정리 매장의 빛바랜 현수막이 공실 상태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짐작하게 했다.

10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2번가 쥬디스태화 건물 1층 상가가 비어 있다. 이유진 기자
쥬디스태화 신관 건물 2층 대형 주점 자리를 비롯해 부전도서관 옆 10여 년간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던 1, 2층도 모두 비었다. 바로 옆 블록 사거리 상가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서면 주요 길목 상가들이 장기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은 상권이 급속히 쇠퇴하는 현실을 잘 드러낸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통계 정보를 보면 서면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3.4%에서 올해 2분기 7.5%로 배 이상 증가했다.
●SNS·임대료 영향 ‘상권 이동’

명성은 시들해지는데 임대료는 내리지 않으면서 상권 이동이 빨라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면에서 오래 일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번화했던 상권이 코로나19를 겪으며 직격탄을 맞았다”며 “비싼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기존 자영업자들이 근근이 버티다가 나가도 월세가 내려가지 않으니 공실이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아직도 배대포 골목 등 목 좋은 곳의 권리금은 수억 원에 달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싼 외곽으로 상권이 옮겨 간다는 것이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1번가 한 건물이 1, 2층에 임대 현수막이 붙은 채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이유진 기자
서면 상권은 전포카페거리 → 전리단길 → 전포사잇길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인다. 임대료가 큰 영향을 미친다. 이미 인프라와 상권을 구축한 전포사잇길 상가 임대료도 최근 오르면서 이제는 인근 전포놀이터시장에 새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20년까지만 해도 3.3㎡당 2000만 원대였던 전포사잇길 상가 매매 가격이 불과 3년 만에 2, 3배로 껑충 뛰었다. 임대료는 3.3㎡당 10만 원 안팎이다.

지난달 부산도시철도 2호선 전포역과 가까운 대로변에 고깃집을 연 석종현(46) 씨는 “이 자리에 들어오기 위해 계약금을 걸고 5개월을 기다렸다”며 “전포사잇길 상권이 급부상하면서 상가 수요는 느는데 원래 주거단지였던 곳이라 공급이 적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석 씨는 165㎡(50평) 가게에 500만 원이 넘는 월세를 내지만 “유동 인구가 많고,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며 만족해했다.

배대포 골목 등 서면 상권에서 점포 여러 개를 운영하던 자영업자들이 전포사잇길로 넘어와 젊은 감성의 가게를 열면서 상권이 흥하고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상권 분석 시스템을 보면 카페 업종을 기준으로 현재 전포1동(전포카페거리·전포사잇길) 점포 수는 202개다. 전포2동(전리단길·전포놀이터시장 84개)과 부전2동(서면1·2번가 169개)보다 훨씬 많다.

서성수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최근 상권은 SNS 효과로 빠르게 형성·확장되는 형태를 보인다”며 “과거 서면과 남포동이 주요 상권이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지역별로 주거지와 가까운 ‘포켓 상권’이 형성됐다. 또 교통이 발달하면서 ‘서면에서 만나자’는 공식이 깨졌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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