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상식량’으로 주목받는 커피믹스는 국내뿐 아니라 남극에서도 인기다. 우리나라 남극 과학기지를 방문하는 외국인 연구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 제품 1위가 바로 커피믹스.

경북 봉화군 광산에서 사고 221시간 만인 지난 4일 밤 극적으로 생환한 광부 두 명이 “커피믹스를 마시며 버텼다”고 얘기하면서 커피믹스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구조당국 등에 따르면 구조된 선산부(조장) 박모(62) 씨와 후산부(보조작업자) 박모(56) 씨는 고립 당시 보유하던 커피 믹스를 밥처럼 먹으면서 버텼다. 경북소방본부 소속 관계자는 구조된 작업자가 치료받고 있는 경북 안동병원 응급실 앞에서 지난 5일 새벽 기자들과 만나 “고립자들은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드셨다고 했다”고 말했다. 보조작업자의 조카 역시 안동병원 앞에서 “삼촌과 동료분은 커피믹스를 조금씩 물에 타서 한 모금씩 서로 나눠 마시면서 버텼다”고 진술했다.

기자가 2015년 11월 13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간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 머물면서 취재해보니 인근 이탈리아·독일 과학기지 연구원들이 장보고과학기지를 방문할 때마다 가장 먼저 찾는 게 맥심 커피믹스였다.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는 커피머신이 있어서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을 쉽게 마실 수 있는데도 말이다.

2015년 11월 외국 과학기지 연구원들이 남극에 있는 우리나라 장보고과학기지를 방문해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다. 이들은 가운데 벽면에 마련된 간식 코너에서 커피믹스를 즐겨 찾아 마신다.

2015년 11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식당 간식 코너. 왼쪽 상단에 맥심 커피믹스가 진열돼 있다.

쓴 커피 맛에 길든 외국인 과학자들은 맥심 커피믹스의 달달함에 반한 거 같다. 커피믹스는 커피의 쓴맛과 설탕의 단맛 사이에 절묘한 조화를 이룬 황금비율을 자랑한다. 극한의 추위와 싸워야 하는 남극의 기후조건으로 인해 신체 에너지 소모가 많아 당이 함유된 커피믹스를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외국인 연구원들은 자기 나라 과학기지로 돌아갈 때 커피믹스 몇 개씩 들고 가곤 했다.

기자가 장보고과학기지에서 헬기를 타고 20분가량 비행해 도착한 케이프워싱턴 황제펭귄 군서지에서 영하 10도의 기온에 4시간가량 활동했더니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이때 미리 보온병에 타간 맥심 커피믹스를 마시니 몸이 다시 녹는 기분이었다. 커피믹스의 위력을 남극에서 새삼 확인한 셈.

2015년 11월 남극 케이프워싱턴 황제펭귄 군서지를 찾은 기자.

우리가 흔히 식사 후 찾게 되는 커피믹스에는 예상보다 많은 칼로리가 들어 있다. 한국에서 점유율이 높은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커피믹스 한 포에 들어있는 열량은 포당 50㎉다. 여기에는 단백질은 들어있지 않지만 생존에 필수인 탄수화물이 9g, 지방이 1.6g, 당류가 6g 포함돼 있다. 극한 상황에서 체온을 높이고 장기가 돌아가게 하는 최소한의 영양소가 두루 포함된 셈이다. 경쟁사인 남양유업이 출시한 프렌치카페에는 이보다 적은 45㎉의 열량이 들어 있다.

원두커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커피믹스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2018년 8512억 원에 달했던 커피믹스 시장 규모는 2019년 7981억 원, 2020년 7462억 원에 이어 지난해 7096억 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