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용호 씨사이드 관광지’의 사업 시행자와 하청업체 간의 법적 분쟁에 시가 양측 간의 합의를 종용하면서 시행자 측에 관광지 지정 취소 카드까지 꺼내 들어 적절성 시비가 일고 있다. 민간 업체 간의 분쟁에 시가 과도하게 개입함으로써, 장기간 표류 끝에 본궤도에 오른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시는 최근 용호 씨사이드 관광지 사업 시행자인 금룡조경 측에 해당 현장의 유치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관광지 지정이 소멸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씨사이드 관광지 사업은 2006년 시가 남구 용호동 이기대 일대를 관광명소로 조성키로 하면서 시작됐다.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이기대 일대에 숙박시설과 레저시설을 넣어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초 사업자인 M사의 부도 등으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11년째 사실상 표류하다시피 해왔다. 급기야 관광지 지정이 취소될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지역 중견 건설사인 협성건설이 작년 8월 부지 전체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본궤도에 오르는 듯하던 사업은 M사의 하청업체인 C사가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며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발생했다. 협성건설의 자회사 금룡조경은 C사와 유치권을 둘러싼 의견 차로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시가 유치권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조성계획 승인 자체를 내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금룡조경 관계자는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시가 합의를 사실상 강제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남구 역시 “시가 유치권 분쟁에만 신경 쓴 나머지 사업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 관광지 지정 취소 여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