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머지 쟁점 된 1500억弗

- 우리기업 주도 조선 사업”

- 농산물 추가 개방은 저지

한국과 미국이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그간 난항을 겪어온 통상협상을 타결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직후 “미국과의 통상협상 세부내용에 합의했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8개국 정상 만찬 행사 직전 기자들과 만나 ‘통상 협상이 타결됐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우리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핵심 이견 부분이었던 3500억 달러 대미투자펀드와 관련 “현금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하고, 2000억 달러는 일본의 금융패키지와 유사하게 하되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2000억 달러가 한 번에 나가는 게 아니라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달러로 투자하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29일 경북 경주 APEC 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조선업 협력, 소위 ‘마스가’ 1500억 달러의 경우 우리 기업 주도로 추진하며, 투자는 물론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특히 신규 선박의 건조 도입 시에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 금융을 포함해 우리의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는 한편, 우리 기업의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상호 관세는 지난 7월 30일 합의대로 15%로 인하해 지속 적용하기로 했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도 25%에서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인 15%로 인하해 불리하지 않은 경쟁 여건을 확보했다. 품목 관세 중에서 의약품 복제 제품은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으며, 항공기 부품과 의약품 등은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반도체는 한국의 주된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김 실장은 특히 “쌀·소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추가 시장 개방은 철저히 방어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87분가량 진행된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와 역내 평화 안정을 위한 한미 동맹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역내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국방비 증가와 함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를 협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데 공감을 표하면서 후속 협의를 해 나가자고 했다.

아울러 두 정상은 8월 워싱턴에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 분담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조선 협력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한국의 우수한 조선 기술이 미국 조선 산업의 현대화와 역량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고, 남북 NSC 외교 당국 간 조선협력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경주=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