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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수(오른쪽) 부산시장 당선인과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 당선인이 5일 부산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받은 후 악수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 사퇴한 고창권 후보 기표·백지표…'고의' 많은 듯
- 與에는 "텃밭은 없다" 野에는 "안일한 단일화" 질타
부산의 민심은 절묘했고, 또 매서웠다. 특히 6·4부산시장 선거에서 쏟아진 무효표 5만4016장(전체 투표수 대비 3.32%)은 민심의 회초리로 읽힌다. 불과 1.31%포인트(2만701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선거에서 5만4016장의 표심은 마음만 먹으면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끝내 새누리당 서병수 당선인과 무소속 오거돈 후보 어느 쪽에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5일 부산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 이번 부산시장 선거의 무효표는 2010년 제5회 때 2만54표보다 무려 3만3962표가 늘었다. 1995년 지방선거가 시작된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통합진보당 고창권 후보가 사전투표 전날(지난달 29일)에야 사퇴하면서 투표용지에 '사퇴' 표시가 되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분석일 뿐 "무효표에 담긴 진짜 민심을 읽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전반적인 견해다. '찍을 후보가 없었던' 빈 표와 '알고도 잘못 찍은' 고의적 무효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의지의 무효표'가 상당수 포함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무효표 급증은 여야 양쪽에 경종을 울렸다. 서 당선인으로선 만약 무효표의 절반만 오 후보 쪽으로 움직였다면, 부산 참패는 물론 박근혜 정부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었다. "텃밭이라고 자만하지 마라"는 질타인 셈이다. 또 "언제든 야권에도 표를 줄 수 있다"는 텃밭의 성난 경고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부산시당은 이날 성명을 내 "민심의 무서움을 절감했다. 뼈를 깎는 각오로 변해야 한다는 질책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시민께서 공감하실 때까지 변화하고 또 변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상 최초로 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한 새정치민주연합에 무효표는 "이대로 하면 백날 49%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호통이나 다름없다. 무소속에게 시장 후보를 양보하면서까지 새누리당 독점구도를 깨려 했지만, 부산지역 보수성향의 여권 지지세력 51%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야권을 대표해 나온 오 후보가 "나는 야권 단일후보가 아니다"고 주장하자, 혼란에 빠진 정통 야당 지지자와 진보 세력이 제1야당에 '무효표'로 책임을 물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새정연 김영춘 전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저와 새정연이 아직은 부산을 책임지기에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다"며 "저부터 역량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의지의 무효표는 여당에는 겸손을, 야당에는 분발을 촉구하며 부산 여야가 역지사지의 자세로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민심의 경고"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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