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후보 집중 인터뷰 <1>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만난 것은 토요일인 지난 10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국회의원(현재는 사퇴한 상태) 사무실이었다. 선거사무소는 사하구 하단이지만 개인 업무를 보거나 할 때는 이곳도 활용한다고 한다. 서 후보와 마주 앉은 것은 지난달 30일 당내 경선 이후 처음이다. 신분이 당내 경선 후보에서 새누리당을 대표하는 부산시장 후보로 바뀌어 있었다. 서 후보는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해 공식적으로 새누리당을 대표하는 후보로 확정되니 무엇보다 심적인 부담이 크다. 집권 여당의 부산시장 후보로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앞으로 더 겸손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시민에게 다가가겠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본선 얘기를 잠시 제쳐두고 당내 경선 얘기를 먼저 꺼냈다. 서 후보는 경선에서 한마디로 혼쭐이 났다. 서 후보는 36.7%의 지지율로 권철현(31.9%) 전 주일대사, 박민식(31.2%) 국회의원과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벌였다.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사실상 '이기고도 진' 선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느낀게 많은 듯 했다. "그동안 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해 나름 선거를 많이 치렀지만 (부산)시장 선거는 한마디로 새삼스러웠습니다. 부족한 인지도나 지지도를 노력하면 금방 올릴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습니다. 그나마 경선이 가까워오니까 시민들이 조금씩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줬습니다. 그동안 정치인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 못지않게 자신에 대한 마케팅이나 홍보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민들이 시간이 가면 저의 진면목을 알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른 시간내에 인지도와 지지율을 올리도록 더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제 스스로 상당히 변했고,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스킨십 부족 지적에 대해 '언젠가는 제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다'고 버티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태도다.

"부유한 이미지, 반듯하고 모범생같은 이미지가 오히려 손해를 본것 같다"고 했다. 서 후보는 "가정이나 학교생활 모두 비교적 큰 고생없이 평탄하게 지내온 것은 맞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정치를 하면서 어디에 관심을 두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과거의 예를 보면 오히려 저처럼 평탄한 가정에서 성장한 정치인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훨씬 많이 만드는 것을 봐왔다. 그리고 저는 청년회, 조기축구회 회원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또 부산 영도에서 보낸 유년 시절, 부유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릴적에 인연을 맺었던 이웃 서민들과 꾸준히 교류하고, 그분들이 제 선거도 많이 도와주신다"고 말했다.

경선 얘기를 좀 더 했다. 앞에서 얘기한 것만으로는 경선 결과를 모두 설명할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서 후보는 "대부분의 구청장 시의원 경선이 시장 후보 경선 전날 실시됐다. 구청장 선거 등에서 진 당원들이 대거 투표에 불참해 손해를 봤다. 특히 저와 가까운 쪽으로 분류되는 지역의 당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당내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서 후보는 "박민식 의원은 제 선대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실 것이다. 또 박 의원 캠프에서 활동하던 멤버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성과도 있다"고 했다. 다만 권 전 대사의 도움을 받는 것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 후보 캠프는 최근 배덕광 전 해운대구청장을 공동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서 후보는 "제 뒤를 이어 해운대구청장을 하신 분이라 부담스러웠지만 현재의 선거 캠프 지휘에는 배 청장만한 적임자가 없었다"고 했다.

화제를 바깥으로 돌렸다. "세월호 사건 얘기를 안할 수가 없습니다. 참사를 두고 유불리를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실제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까." 서 후보는 "부산에서는 지난 2월에도 리조트 붕괴사고로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번에도 이런 대형참사가 일어나 선거운동마저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집권여당의 부산시장 후보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만약 부산시가 이 같은 어려움을 당했을 때를 생각해보라. 안전도시를 만들고 미래로 나가기 위해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는 시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는 더 나아가 야권(무소속)의 오거돈 후보를 겨냥 "오랫동안 관료생활을 해오신 분이다. 해양수산부 장관도 지내신 분이다. 세월호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춘 후보와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선거 초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서 후보는 "(야권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속단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 우리 캠프에서는 단일화가 되는 것을 가정해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의 야권 후보단일화 논의를 보면, 그 자체에 너무 몰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선거는 유권자에게 정치철학을 밝히고 당당히 평가받아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듯 하다. 오로지 결과에만 집착하기 때문 아닌가. 따지고 보면 세월호 사건이 빚어진 것도 이런 연유와 무관치 않다"고 꼬집었다.

만약 단일화가 된다면 김영춘 오거돈 두 후보 가운데 누구로 됐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누가 됐든)정정당당하게 선거에 임하겠습니다."

1952년 부산 영도구에서 태어난 서병수 후보는 부산중·경남고를 나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던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과 고교 동기동창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한 해 후배이기도 하다. 미국 유학 후 부친(서석인 전 해운대구청장) 소유의 시내버스 회사 부일여객에서 임원을 맡는 것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1991년 초대 부산시의원에 출마한 부친을 도우면서 정치에 눈을 뜨게 된다. 2000년 1월 해운대구청장 재선거에 당선되면서 '정치인 서병수'의 행보가 시작된다. 2002년 해운대·기장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이후 2012년 4월 19대 총선까지 4선 의원의 경력을 쌓는다.

정치인 서 후보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다. 2012년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맡아 그해 12월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사실상 진두지휘한다. 서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통한다. 서 후보는 본래 2010년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박 대통령의 '시장은 나중에 하시지요'라는 얘기를 듣고 미룰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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