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 “법 위반여부 애매하다”
- 공보물 분류 안되면 악용 소지도

지방자치단체의 공식 SNS 계정에 6·13지방선거 후보의 홍보물이 게재돼도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은 SNS에 최대한 선거운동의 자율을 보장하지만 자치단체 공식 SNS에 게재되는 내용은 일정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7일 낮 12시51분 무소속의 부산지역 한 구청장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청장 왜 되려고 하나’라는 제목의 라이브 영상을 올렸다. 총 43분4초의 이 영상에는 A 후보의 주요 공약이 소개됐다. A 후보는 이 게시물에 49명의 페이스북 친구를 태그했다. 문제는 이 49명 중에는 부산 B구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이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한 이용자가 자신의 게시물에 ‘친구’를 태그하면 별도의 설정을 하지 않는 이상 해당 게시물이 친구의 타임라인에도 표시된다. 이 같은 원리로 A 후보의 공약 선전은 B구 공식 계정 타임라인에 게재됐다. B구와 친구를 맺은 약 340명에게 공약 홍보영상이 노출된 것이다. 이로 인해 B구 공식 계정이 후보 게시물을 홍보해주는 모양새가 됐다.

A 후보는 또 다른 게시물에도 이와 같은 방식을 써 타인의 타임라인에 자기의 홍보 영상을 올렸다. 지난 6일 오전 7시47분 A 후보는 구청장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더불어민주당의 C 후보를 태그해 자신의 지지자 모임을 촬영한 영상이 C 후보 타임라인에 뜨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꼼수’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한택 지도계장은 “처음 보고된 방식이다. 새로운 홍보 방식의 개발로 봐야 할지, 선거법 위반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할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혼란 속에 현직 구청장의 얼굴이 포함된 사진을 구 SNS에 올린 것을 두고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장은 선거 180일 전(지난해 12월 15일)부터 선거 당일(오는 6월 13일)까지 공보물에 자신의 성명과 사진 등을 게재할 수 없다. 하지만 구 SNS에 구청장이 포함된 사진을 올리는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선관위에 따라 해석이 달랐다. 부산 D구청장은 지난달 해당 구의 페이스북 계정에 자기의 사진을 올렸다. 해당 구선관위는 이 게시물이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검토에 들어갔다. 반면 시선관위는 애매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선관위 이경일 홍보계장은 “SNS 게시물을 공보물로 분류하지 않으면 악용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SNS 게시물을 일반 공보물과 같은 것으로 볼 것인지 중앙선관위 차원의 해석과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SNS 계정에는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제대 홍재우(정치외교학) 교수는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지 않는 선에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장이 SNS상에서 홍보를 하는 것에 일정한 단속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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