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인 선거구 18개서 25개로 증가
- 일당 독식·양당 나눠먹기 아닌
- 소수정당 기초의회 진출 용이
- 21일 시의회 획정안 공포 예정

- 기초의원 줄어든 원도심 등
- 최소인원 의정활동 우려도

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시 구·군선거구획정위가 6일 내부적으로 확정지은 선거구 획정안을 보면 중·대선거구제가 대폭 확대돼 선거 지형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부산 자치구·군 선거구 중 2인 선거구는 29개로 크게 줄고, 3인 선거구는 25개로 늘어난다. 종전까지 2인 선거구는 52개로 대다수(75%)를 차지했고, 3인 선거구는 18개에 그쳤다. 4인 선거구는 6개가 신설된다. 구·군별 기초의원 수도 증·감원이 교차할 전망이다.

■정당별 유불리 따져보니

부산시 구·군 선거구획정안을 보면 2인 선거구제와 3인 선거구제 수가 거의 비슷하게 조정된다. 2인 선거구제란 한 선거구에서 2명을 선출하므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같은 대표 여야 정당이 한 명씩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보수 성향이 강했던 예전에는 의원 2명을 모두 한국당(옛 새누리당)이 독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2인 선거구가 특정 정당 독식 또는 양대 정당 나눠먹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3·4인 선거구제로 대표되는 중·대선거구제가 확대되면 이러한 현상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국당 외 다양한 정당이 기초의회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양대 정당 중에서는 민주당 의석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정당 투표율과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민주당 선호도가 높아 3명 중 2명은 민주당, 1명은 한국당이 가져가거나, 3명 중 민주당과 한국당, 제3당이 각각 1석씩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지역 한 기초의원은 “역대 기초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정당 지지율과 거의 흡사한 양상을 보였다”며 “현재 한국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인만큼 민주당이 기초의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4인 선거구가 한 곳도 없다가 6곳이 늘어나면서 소수정당의 기초의회 진출은 더욱 용이해진다. 이러한 중·대선거구제 확대는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잘 발현함으로써 다양한 정치세력이 주민밀착형 생활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부산시의회가 획정안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 구·군선거구획정위가 획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하고, 시의회가 심의·의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선거구제가 처음으로 도입된 2006년 선거구 획정 때도 6개의 4인 선거구를 포함한 획정안이 시의회에 제출됐으나 당시 의회는 4인 선거구를 모두 없애고, 2인 선거구를 늘인 수정안을 조례로 통과시킨 바 있다.

정치개혁부산행동 고호석 대표는 “중·대선거구제 확대로 다양한 정치세력이 진출하면 공천을 위해 지역 주민보다 중앙당만 바라보는 현재 기초의회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한국당이 독식한(지역 의원 42명 전원이 한국당) 시의회가 과거처럼 또 획정안을 뒤집지 않도록 7일부터 시의회 후문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13일 3·4인 선거구제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감시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기초의원 예비후보는 혼란

이처럼 선거구제가 크게 변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선거구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모른 채 이미 지난 2일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선거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3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완료해야 했지만 벌써 석 달 가까이 획정안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이날 베일을 벗은 선거구 획정안도 정당 및 각 구·군 의견 청취 및 시의회 의결 과정에서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가 광역의원 정수 및 선거구 획정 등을 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법정시한을 한참 넘긴 지난 5일 처리함으로써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도 덩달아 늦어졌다.

원도심을 중심으로 기초의원 수가 최저 정원선(7명)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기초의회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서구와 영도구는 각각 1명씩 줄어 8명, 동구는 1명이 줄어 중구와 같이 최저 정원으로 기초의회를 꾸려야 할 판이다. 상임위당 정원도 6명 이상은 돼야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데, 총 정원 7명으로는 2개 이상의 상임위를 꾸릴 수 없다.

부산시 구·군선거구획정위원회는 획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9일 최종 선거구 획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개정 공직선거법상 법 시행(오는 9일 예정) 후 12일 이내 시의회는 조례안을 가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시의회 심의를 거쳐 오는 21일 선거구획정안 조례가 공포될 예정이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부산시 구·군 선거구획정안  (괄호 안 비례대표) 구·군 기초의원 정수 증감 추이 선거구 재편 중구 7(1) -   서구 8(1) 지역 감원 1명 기존 2인 가·나 통합해 3인 선거구로 재편 동구 7(1) 지역 감원 1명 기존 2인 가·나 통합해 3인 선거구로 재편 영도구 8(1) 지역 감원 1명 기존 2인 가·나 통합해 3인 선거구로 재편 부산진구 19(2) - 기존 2인 사·아 통합해 4인 선거구로 재편 동래구 13(2) 지역 증원 1명   남구 14(2) 지역 감원 1명 기존 2인 가·나 통합해 3인 선거구로 재편 북구 14(2) 지역 증원 1명 기존 2인 나·다 통합해 4인 선거구로 재편 해운대구 18(2) 지역 증원 1명 기존 2인 라·마 통합해 4인 선거구로 재편 사하구 15(2) -   금정구 13(2) - 기존 2인 가·나 통합해 3인 선거구로 재편 강서구 7(1) -   연제구 11(2) 비례 증원 1명 기존 2인 다·라 통합 수영구 9(1) 지역 증원 1명   사상구 11(2) 지역 감원 1명 기존 2인 가·다 통합해 3인 선거구로 재편 기장군 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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