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선거 시스템 붕괴 우려
- 출마자들 “어느쪽에 줄 서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예정자들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뜻을 모으자는 ‘원팀(One Team)’이 오히려 당내 자중지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당원들은 최인호 부산시당 위원장이 이끄는 ‘당 중심의 원팀’이 아닌 친노·친문 그룹의 실세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선 중심의 원팀’이 되면서 공당의 선거 체계를 붕괴시키는 데 우려를 표했다.
박재호 국회의원과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등 민주당 시장 후보 예정자들은 지난 6일 부산의 모처에서 이 전 수석의 주재로 오찬 회동을 하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원팀 구성에 합의했다. 후보 모두가 하나의 팀이 돼 공정한 경선과 승복, 경선 이후 공동선대위 참여 등에 합의했다.
논란의 발단은 회동의 주체와 절차에서 비롯됐다. 이 전 수석이 원팀 구성을 기획하고 주재한 데다 최 위원장은 당시 회동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당내에서는 ‘최인호 패싱’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최 위원장의 리더십에 심각한 흠집이 난 상황이다. 최 위원장은 회동 전날 밤 다른 경로로 모임 소식을 전해 들었다.
지난 5·9대선 당시 오 전 장관 영입 건 등으로 최 위원장과 이 전 수석이 껄끄러운 관계가 된 적이 있는 데다 이번에 재차 ‘돌출 상황’이 발생하자 당내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7일 민주당 시당의 한 관계자는 “어제 원팀의 회동은 지난 대선 때 오 전 장관의 영입 당시와 오버랩 된다”며 “시당 위원장을 배제한 회동으로,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시당과 이 전 수석) 어디에 줄을 서야 하냐’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당의 또 다른 관계자도 “이 전 수석이 전면에 나서는 게 청와대의 뜻인지 궁금하다. 최 위원장이 회동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시당의 김해영 지방선거기획단장이라도 참석하는 게 마땅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최 위원장은 “시장 후보들이 만나서 의기투합하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전략기획단이나 시정 인수위원회 공동 참여 등 당의 틀 안에서 논의돼야 할 부분까지 선을 넘어선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당의 지방권력 교체가 아닌, 특정 인물 몇 명에 의한 권력 교체라는 비판마저 받게 된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