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 의미 없다” 내용 함구

내년 6·13지방선거 때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할지를 고심하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성탄절을 앞두고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전 장관이 부산시장 공식 출마 선언에 앞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입당 및 부산시장 출마 선언을 언급한 가운데 지역의 ‘개혁적 보수’로 상징되는 정 전 의장을 만난 것을 놓고 외연 확대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오 전 장관이 끊임없이 유력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민주당 성향의 후보임에도 부산의 중도 보수 또는 합리적 보수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오거돈(왼쪽), 정의화

26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오 전 장관과 정 전 의장은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의 모처에서 회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 전 장관은 당시 회동 이후 내년 6·13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할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장관은 “젊고 능력 있는 후배가 선거에 나온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나한테 기회가 온다면 부산시장을 하고 싶다”는 출마 의사(본지 지난 25일 자 1·3면 보도)를 밝힌 바 있다.

무소속인 오 전 장관은 민주당에 입당해 ‘민주당 오거돈 후보’로서 시장 선거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장관의 강점은 중도적, 개혁적, 합리적 보수층 모두에 흡인력이 있다는 것인데, 오 전 장관이 ‘개혁 보수’로 상징되는 정 전 의장을 끌어안으면 파괴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의장은 2014년 5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국회의장을 지낸 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복당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남았다. 그는 정치 원로로서 정치 현안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도 정치권에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오 전 장관과 정 전 의장은 각각 경남고와 부산고를 1967년 졸업했다. 정 전 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고교 동기이고 친한 친구 사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오 전 장관의 부산시장 출마에 대해서는 “그가 고심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김동영 기획실장은 “현재 부산지역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는데 오 전 장관의 이번 행보는 보수 후보를 상대할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산의 진보층에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다른 대안을 찾으며 오 전 장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어 오 전 장관의 이번 행보는 그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전 장관은 “정 전 의장과 단순하게 모임에서 식사를 같이했을 뿐이다. 정 전 의장과의 만남에는 아무런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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