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선거 출마예정자들 맹비난
- 서 시장 “洪, 공정한 경선 보장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신인을 전략공천하거나 경선하겠다”며 내년 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 가이드라인(본지 지난 18일 자 4면 보도)을 밝히면서 지역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바닥까지 떨어진 한국당에 대한 지역 민심을 끌어올리려면 서병수 부산시장을 비롯한 다수 후보가 경선을 통해 자질을 검증받고 바람을 일으킬 ‘컨벤션 효과’를 누려야 함에도 홍 대표가 독단적인 태도로 선거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산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내년 구청장 출마를 준비 중인 한국당 A 시의원은 20일 “홍 대표가 예전처럼 부산에 보수 정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게 아닌가. 홍 대표가 말하는 신인은 경쟁력이 있느냐”고 따졌다.

홍 대표는 지난 17일 부산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 2주기 추모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뒤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의 재신임도에 미치지 못하는 현역은 공천에서 아예 배제하고 신인을 전략공천하거나 경선하겠다”고 말했다. 지지도가 낮은 서병수 부산시장을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하고 출마설이 나도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나 장제국 동서대 총장을 전략공천하거나 경선을 붙이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경선을 요구한 박민식 전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지역구나 잘 챙겨라. 공천 방식은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면 따라야 한다”며 경선 참여를 막았다.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부산시장 후보는 ‘여의도발 사천’이 아닌 당원과 시민의 뜻이 반영된 경선을 통해 뽑아야 한다. 홍 대표가 대안이라도 분명히 밝힌다면 (대안의) 경쟁력에 관해 판단이라도 하겠지만, 지금 대안으로 추정되는 ‘신인’들은 출마조차 고사하고 있다. 공천이 홍 대표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역 정치권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선거가 지니는 상징성과 파급력 때문이다. 시장 선거 판도에 따라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선거도 출렁인다. 예비 후보자들은 대안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홍 대표의 ‘서병수 흔들기’가 계속될수록 가뜩이나 살얼음판인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더욱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홍 대표가 일방통행식 공천을 강행할 경우 지역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 시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가 당헌·당규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후보를 택할 환경을 만드는 자리이지 ‘이 사람은 된다, 저 사람은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박 전 의원도 “(홍 대표가 뭐라고 하든지) 꿋꿋하게 앞으로 한발씩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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