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 풀어야할 숙제들

PIFF 전용관 건립 ` 지상과제`

중 · 장년층 등 또다른 관객 창출을

매력적인 프로그래밍 마련도 절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입력 : 2006-10-24 21:10:19
| 본지 19면

새로운 10년의 첫 발을 내딛은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아시안필름마켓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크고 작은 성과를 얻은 영화제는, 그러나 새로운 청사진 설계라는 또 다른 숙제를 남겼다.

PIFF 전용 상영관(두레라움) 부재에 따른 불편함과 이에 따른 전용관 건립 필요성은 올해도 제기됐다. 상영관이 흩어져 있는 데다 관객을 위한 셔틀버스까지 사라져 관객들의 불만은 더욱 가중됐다. 해운대 백사장에 지어진 파빌리온은 부족한 공간을 보완하고 PIFF 상징물 역할을 하는 등 영화제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으나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면서 '그들만의 장소'에 머물렀다.

또 아시안필름마켓 부스와 스크리닝 장소가 그랜드 호텔과 프리머스해운대로 나뉘어진 점도 중요 불만 요소로 꼽혔다. "부스가 차려지는 호텔 근처에 영화관이 지어지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박광수 아시안필름마켓 운영위원장의 말은 PIFF가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두레라움 건립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표된 '영화 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에는 두레라움 건립 사업비 700여억 원 증액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도 '협의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할 뿐 지난해 첫 삽을 뜬 후 지금까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800~1000석을 보유한 부산극장이 상영관에서 빠지면서 효율성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전용관이 건립되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는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말에서도 느껴지듯 두레라움 건립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부분이다.

전용관 건립은 남포동과 해운대 관계 정립으로 이어진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안전상의 문제로 인해 남포동 야외무대 행사가 대폭 축소된 데다 부산극장이 빠지면서 상영관도 절반 이상 줄었다. 이러한 현상은 센텀시티 내 두레라움이 설립되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남포동과 해운대 분산 개최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PIFF와 중구청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나 아직은 요원한 상태다. 중구청 관계자는 "2010년 영화체험 박물관이 들어서고, 롯데월드 건물에 상영관도 들어올 예정이라 중구 역시 해운대 못지 않게 좋은 인프라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그러므로 해운대로 모든 것을 옮기겠다는 것은 편의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PIFF 조직위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이것은 전용관이 건설된 후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지금 언급하는 것은 괜한 오해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몇 회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관객 수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부대 행사 확대와 게스트 수 증가 등 영화제의 외형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으나 10회를 맞은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7회부터 지금까지 16만명 근처에서 답보상태에 빠졌다.

이에 대해 PIFF측은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것이지 정체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장년 층 등 새로운 계층의 관객을 흡수하지 못한 점은 영화제가 관객이라는 기름진 토양을 바탕으로 더 커가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와 관련, PIFF의 한 관계자는 "중·장년층을 단체로 동원해 영화관으로 오게 해 봐야 별 소용 없다"며 "이들이 스스로 영화관을 찾을 수 있도록 동기를 제공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해왔지만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매력적인 프로그래밍도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PIFF로서는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로마 영화제 탄생과 맞물리면서 이것은 난제로 남을 공산이 크다. 실제 올해 홍콩의 장이머우 감독과 궁리가 11년 만에 다시 만나 화제가 된 영화 '황금갑'이 부산이 아닌 로마행을 택했다.

영화제 기간 중 해운대에서 만난 대학생 김기만 씨는 "매년 영화제 기간동안 많은 영화를 보는데 올해는 확 줄였다"며 "예년에 비해 눈길 끄는 감독들의 신작이 줄어 재미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AND) 신설과 아시아필름아카데미(AFA) 운영 등을 통해 아시아 영화와 영화인의 산실이 되고자 하는 PIFF의 새로운 발걸음은 무겁지 않다.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PIFF는 이제 큰 밑그림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숙제들에도 눈길을 돌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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