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제 눈엔 답이 보여요” 잇단 AI안경 부정행위에 수능도 비상

박주현 기자 qkrwngus30@kookje.co.kr  |  입력 : 2026-10-19 09:05:58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메타의 스마트 안경 ‘레이벤 디스플레이 글래스’을 착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어 영역 26번 문제를 풀어 줘. 제 눈에는 (답이) 보이고 있고.”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AI가 탑재된 스마트 안경을 쓰고 나와 이같이 말하면서 문제를 풀었습니다. 김 의원은 AI 안경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부정행위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I 안경은 외형만 봤을 때 일반 안경과 구분이 되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일부 제품은 음성 인식 없이도 문제를 보면 알아서 눈앞에 답이 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국가기술자격시험과 토익 시험 등에서 AI 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되는 가운데, 대입 논술 시험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다음 달 치러지는 2027학년도 수능 역시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우려가 커지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5일 수능에서 AI 안경을 착용하다가 적발되면 그 시험은 무효 처리되고 이듬해 시험 응시 자격까지 정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평가원은 “감독관은 수험생 본인 여부 확인, 휴대 가능 시계 확인, 시험 시간 등을 활용해 스마트안경에 대한 관찰 및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며 “감독관이 확인을 요청할 경우 수험생은 본인의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놓고 감독관의 확인 및 점검 등에 협조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는 금속 탐지기나 전파 탐지기를 당장 도입하기에는 비용 측면에서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수능 매 교시 안경 착용자에 대한 전수 조사도 대응책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AI 안경 커닝’ 적발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연세대 자연·통합계열 수학 논술 시험에서 AI 안경을 낀 수험생이 적발됐습니다. 이 학생은 감독관이 스마트 안경을 착용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일반 안경을 착용했다가, 시험 시작 후에 AI 안경으로 바꿔 착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3일에도 서울시립대 자연과학계열 논술 시험에서 연세대 사례처럼 안경을 바꿔 시험을 치다가 감독관에게 적발됐습니다.

갈수록 이러한 부정행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험 감독관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등교사노동조합은 수능 운영의 부담과 위험을 중등교사 개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의 개선을 촉구하며 전국 교사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중등교사노조는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시도교육청을 향해 “교사들은 이미 시험장 청소와 준비, 방송·시설 점검, 사전교육, 장시간 감독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며 “AI 기기 확인 등 추가 감독 업무에 필요한 시간과 지원 인력을 확보하고 의심 상황의 확인·판단 절차와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