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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소장품 전시 및 검증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마지막 인사말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유홍준 관장은 지난 21일 “실추된 박물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관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보내주신 깊은 신뢰와 우리 박물관 직원들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개인적인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이번 일로 인해 실망하고 상처받으신 국민 여러분과 애국지사 유족분들, 그리고 박물관 직원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 관장의 사의를 수용했습니다. 유 관장은 박물관을 이끈 지 약 1년 3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습니다.
문제는 박물관이 지난 7월부터 개최한 특별전시 ‘우리들의 밥상’에서 박원근(1912~1950) 애국지사의 친필이라며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을 전시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족자 형태인 유묵에는 ‘韓人 朴源根’(한인 박원근)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박 지사의 아들이 박물관을 찾아 “유품 없이 떠난 선대의 유일한 흔적을 만났다”며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린 사연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박 지사는 일제강점기 항일 비밀결사 ‘삼인회’와 ‘신인구락부’ 활동을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붓글씨의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일본 유학 시절 썼던 이름과 같아 박중양의 유묵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박물관은 지난 8월 전시품을 부랴부랴 철수했습니다. 박물관은 전문가 7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유묵을 검증한 결과, 박중양의 일본 유학 시절 글씨로 지난달 결론 내렸습니다. 당시 박물관은 유 관장 명의로 낸 사과문에서 “전시품의 검증 절차가 미흡했음을 반성하며 유물의 내력을 다각도로 교차 검증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박중양의 유묵은 유 관장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박물관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연욱(부산 수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관장 추천을 받아 절차에 따라 해당 작품을 차용해 전시에 활용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유묵은 유 관장이 2019년 온라인 경매를 통해 5만 원에 구매한 것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셀프 추천 셀프 감정 셀프 전시’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었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관장이 자기 물품을 직접 출품한 것은 명백히 박물관 윤리 규정 위반이자 공무원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 관장은 국회에서 ‘작품을 전시하기 전 어떤 절차로 검증했냐’는 물음에 “서화사를 전공한 개인적인 감정 결과”라며 연구자로서 유묵이 박원근 지사의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유 관장이 박물관을 떠났지만, 여파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한 강력한 감사를 예고했습니다. 최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유 전 관장의) 직권 유용만 감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에 문제가 된 전시품 관리·검증 절차에 대해 모두 감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