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금메달 따면 군 면제? 병역특례 손본다

박주현 기자 qkrwngus30@kookje.co.kr  |  입력 : 2026-10-12 09:01:57
생성형 AI 이미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축구가 금메달을 딴 뒤 일부 선수들의 병역 관련 경솔한 언행으로 후폭풍이 불고 있습니다. 졸지에 병역특례도 존폐 기로에 놓였습니다.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후반 엄지성의 결승 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문제는 경기가 끝난 직후였습니다. 금메달을 자신들의 병역특례를 위한 도구로 표현해 공분을 샀습니다. 대표팀 주장을 맡은 이기혁은 “입대가 9일 남았었다. 선수들에게도 군대 면제가 되게 중요한 대회였는데, 제게는 특히 현실적으로 코앞에 있었다”면서 금메달을 들어 올리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양민혁은 “사실 메달이나 트로피는 정말 중요하지 않았다.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까, 그것 하나만 보고 경기했던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3경기 중 16분 출전한 박승수는 경기 후 ‘전역모’를 삐딱하게 쓰고 경례하는 사진을 SNS에 올려 논란을 키웠습니다.

대표팀 선배들과는 비교됐습니다. 이강인은 3년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서 “사실 (병역이)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었다”며 “앞으로 선수 생활하는데 더 편해진 것은 맞지만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인 만큼 따로 특별한 생각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손흥민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후 병역특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사실 그런 것보다 여긴 우승하러 온 대회고, 그것을 저는 항상 목표로 했고, 선수들한테도 제일 먼저 얘기해 줬던 것 같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앞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이 사회인 야구팀 선수로 구성된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졸전 끝에 금메달을 딴 것이 병역특례 논란의 발화점이었습니다. 대표팀 주장인 노시환은 경기 직후 “솔직히 (비판은)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 금메달이 중요한 거지, 과정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금메달을 땄잖나”라고 말했습니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여야가 병역특례 축소를 놓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은 “병역특례 제도는 국위 선양에 기여한 선수들에게 주는 일종의 혜택인데 사실상 군을 조롱하는 퍼포먼스까지 한 선수들의 태도는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병역특례가) 국가의 명예를 걸고 싸우라는 것(으로 주어지는 것)이지, 프로 선수들이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 티켓은 아니지 않나”라며 “선수의 노력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체육계와 예술계 의견도 수렴하고 국방부, 병무청과 협의해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에서 “병역특례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서 궁극적으로는 폐지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표”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1973년 도입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는 현재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 ▷특정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특정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2년 10개월간 이전처럼 예술·체육 활동하면 병역을 마친 것으로 인정합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만 34~35세로 복무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과 누적 성과를 점수화해 일정 기준을 넘으면 혜택을 제공하는 ‘마일리지제’ 도입 등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병무청은 예술·체육요원 제도 개선과 관련한 정책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다음 달 그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