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박주현 기자 qkrwngus30@kookje.co.kr  |  입력 : 2026-11-02 09:40:29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제1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를 계기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제13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확대 국방장관 회의(ADMM-플러스)에 참여해 중국의 팽창을 억지하겠다는 아시아 안보 전략을 재확인했습니다. 최근 미국 측의 태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미동맹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핵심은 중국 견제 부담을 한국 일본 등 지역 내 우방과 나누겠다는 의지입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ADMM-플러스를 계기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을 갖고, 미일 양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제1도련선 방위 태세를 구축하는 데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튿날에는 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 4국 간의 비공식 안보협의체 ‘스쿼드’(Squad)의 국방장관들이 모여 중국에 대한 집단 안보 강화를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제1도련선은 일본 열도에서부터 오키나와, 대만을 거쳐 필리핀까지 이어지는 연결선입니다. 중국은 이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 등 타국이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없도록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세우고 군사력을 키워왔습니다. 미국은 지난 1월에 발표한 2026년 국방전략서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전략으로 ‘제1도련선에서의 강력한 방어선 구축’을 방침으로 세웠습니다.

특히 미국은 제1도련선 안에 있는 한국이 중국의 A2/AD 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는 핵심 지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對) 중국 견제에 한국도 일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셈입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미래에는, 특히 태평양에서의 전투에서는,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그게 전방에 배치된 것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든, 한국에서부터 제1도련선 내에서 자급할 수 있는 능력이든 말이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5월 “그들(중국)이 중국 동부 해안에서 바라볼 때, 눈에 들어오는 건 아시아의 중심에 있는 비수(단검)라 할 한국, 그리고 일종의 방패이자, 그들이 남중국해 너머로 나아가려 하는 야심을 가질 때 방어벽 같은 일본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도 미국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전작권 전환에 제동을 건 것은 한반도 내 안보 환경이 변했기 때문에 한국군의 역량을 키우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달 “자신은 전작권 전환 찬성론자”라면서도 “내가 반대하는 건 수년 전에 설정돼 (현재) 존재하는 조건들을 위반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2015년부터 다뤄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조건이 변했고 우리가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미가 설정한 조건과 현재 상황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올해 미 국방전략서에 따르면 한국이 대북 억제의 주된 책임을 지게끔 하고, 미국은 대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ADMM-플러스 참석차 방문한 필리핀 세부에서 헤그세스 장관과 회담을 갖고 내년 초 제58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미 국방장관은 오는 12월 워싱턴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초 연례 안보협의체인 SCM을 엽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 미국과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