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공직사회에 갑질 공무원과 ‘꼰대’가 사라질 거 같습니다. 왜냐고요?

며칠 전인 6월 14일 국제신문 6면 사회면에 실린 <시교육청 90년생 공무원 “승진보다 워라밸”>이라는 기사 때문입니다. 부산시교육청이 본청 소속 1990년생 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절반이 넘는 56.6%가 6급을 목표 직급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급 이상을 최종 승진 목표로 잡은 공무원은 13.3%에 그쳤습니다. 워라밸 시대 90년생의 시들해진 승진 열기를 보여줍니다. 또 회사 일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른바 ’짧고 굵게’보다 ‘가늘고 길게’를 지향하는 90년생의 가치관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성공’보다는 ‘안정’을 선호합니다. 승진을 위해 부하 직원을 다그치고, 실적을 내려고 주위에 갑질을 행사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공무원 시험에 젊은이들이 몰리는 현상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6월 14일 자 8면 보도

	90년생이온다

●90년생 특징, 간단·재미·정직

임홍택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웨일북)를 읽어보면 공시생 현상과 90년생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

-그들은 왜 9급 공무원의 길을 택했을까’에서 명문대를 나와 어렵게 대기업에 취업했으나 잦은 야근과 상명하복의 직장문화에 실망해 사표를 던진 뒤 서울시 9급 공무원이 된 90년생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당시 친척과 주변 어른들은 “명문대 나와서 기껏 준비하는 게 9급 공무원이냐”며 혀를 찼다고 합니다.

기성세대의 이런 생각과 달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공시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을 보면 2011년 18만5000명이던 공시생은 2016년 25만7000명으로 38.9% 늘어났습니다. 공무원 시험 최종 합격률은 2016년 기준 1.8%에 불과합니다. 공시생 100명 중 최종 합격자는 2명뿐. 이는 사회적 낭비로 연결됩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공시생 양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17조 원이 넘는다고 추산합니다. 공시생 때문에 사라진 생산 효과는 15조4441억 원, 소비 효과는 1조6989억 원에 달한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입니다.

	세대별 특징비교. 임홍택 작가 제공

저자는 90년생의 세 가지 특징을 ①간단하거나 ②재미있거나 ③정직하거나로 요약합니다. 이들 세대는 병맛을 좋아하고 꼰대와 꼼수를 싫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병맛에 대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로 주로 대상에 대한 조롱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설명합니다. 병맛이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완전무결함만 살아남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와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인식하는 사람의 증가, 획일화된 기성품만을 내놓은 교육제도에 대한 반동, 일반적이지 않은 자신의 취향에 대한 소극적인 표현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놓습니다. 저자는 아거가 쓴 『꼰대의 발견』을 인용해 꼰대는 특정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어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라고 설명합니다.



●슬기로운 꼰대 생활
필자는 지난해 6월 24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강연에서 임홍택 작가를 직접 만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와 공존하는 법-슬기로운 꼰대 생활’이라는 주제로 사회 초년생이자 주요 소비자로 부상한 90년대생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50대 초반의 필자는 후배에게 꼰대로 인식되지 않으려면 90년생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소통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 깨닫기도 했습니다.

	2020년 6월 26일 자 16면 기사

그는 기성세대에게 ‘꼰대’가 되지 않고자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모두 꼰대인 것도 아니고 적다고 아닌 것도 아닙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을 무시·멸시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면 꼰대죠.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기 마련이지만 이를 부끄러워하기조차 않는 ‘괴물’이 돼서는 안 됩니다.”

그는 기성세대의 경험과 조언이 더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제 먼저 아는 것은 모두 오류가 될 정도로 속도가 빠른 시대입니다. 과거의 경험이 더 이상 판단의 근거가 되지 못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90년생에게 필요한 것은 말로만 하는 약속이 아니라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평생고용이 사라지면서 직장인은 헌신의 대상을 회사에서 자신으로 바꾸게 됩니다. ‘5년 뒤에 잘될 거야’라는 말 대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임 작가가 강조한 대로 대한민국 직장 상사들이 슬기로운 꼰대 생활을 실천해 밀레니얼 세대와 공존하는 지혜를 배웠으면 합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