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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30> 대가야의 왕릉-상

호분은 가야의 피라미드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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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07-08-23 20: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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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의 지산동고분군. 지산 기슭에 들어선 대형 봉분이 당시 왕권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대가야 왕릉 답사

대가야왕의 우물이 있는 고령초등학교를 나와 남서쪽으로 고령소방서 옆 비스듬한 언덕길을 오르면 오른쪽에 고령군민체육관이 보입니다. 그 맞은편이 예전의 가야공원과 대가야 유물전시관입니다. 불상과 석등이 아무렇게나 서 있는 가야공원의 아래쪽 고령향교가 있는 곳에 대가야의 왕궁 터로 전해지는 곳이 있습니다. 2000년 경북대박물관의 발굴조사에서는 심한 파괴로 이렇다 할 단서는 잡지 못했지만, 일제가 대가야국성지(大伽倻國城址)라고 새긴 자연석의 비가 있습니다. 다시 고령군민체육관 앞의 산길을 약간 오르면 주산성(主山城)의 성벽으로 이루어진 길과 발 아래로 수문이 있는 성벽을 지납니다. 여기부터 20여분 정도 꽤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보면 갑자기 거대한 고분이 나타나고, 그 봉분을 넘으면 동쪽 발 아래로 고령 읍내가 펼쳐지며, 남쪽으로 물결치며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대규모의 고분들이 보입니다. 여기가 대가야의 왕릉묘역 고령 지산동고분군(池山洞古墳群)입니다.

지산동고분군

높이 6m 지름 25~27m나 되는 초대형의 44호분을 비롯한 약 70여 기의 대형 고분과 그 사이에 자리한 수백의 작은 무덤들이 산 전체를 빼곡히 메우고 있습니다. 봉토가 높아 고총(高塚)이라고도 부릅니다만, 김해에는 이런 대규모의 고분은 없습니다. 가야지역에서 고총은 대개 4세기 말 경부터 만들어집니다만, 가락국은 4세기 말 ~ 5세기 초를 경계로 쇠약해지기 때문에 가야의 왕릉으로서 이미 고총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됩니다. 가장 먼저 '큰 가야'로 발전했지만, 이미 고총의 시기가 되면 실력을 잃게 됩니다. '늦되는 사람이 크게 된다' 했던가요? 5세기 중반이 되면, 고령의 대가야는 후기가야의 중심국으로 성장해 합천·거창·함양·산청·의령·진주·하동의 서부경남 일대를 장악하는 강력한 왕국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고령의 대가야가 후기가야에서 중심국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산동고분군입니다.

가야의 피라미드

일제가 파헤치기도 했던 지산동고분군은 1977년에 경북대와 계명대 박물관이 44호분과 45호분을 발굴조사하면서 대가야 왕릉의 면모로 확인되기 시작합니다. 44호분은 중앙에 3기의 대형 석실(石室)을 만들고, 그 둘레에 방사선형으로 32기의 소형 석실들을 배치했습니다. 모두 35기나 되는 석실들은 1~3단의 호석(護石)이 둘려지고, 그 위는 하나의 봉토로 덮였습니다. 35기의 매장시설들이 하나의 무덤으로 한 번에 만들어졌던 것을 보여 줍니다. 44호분은 대가야의 왕릉으로서 처음부터 그렇게 계획된 무덤이었습니다. 45호분도 같은 모양의 무덤입니다. 중앙에는 2기의 대형석실이 나란히 만들어졌고, 그 주위에는 11기의 소형 석실들이 배치되었습니다. 44호분의 중앙에 위치한 석실의 길이는 무려 9.4m나 됩니다. 중앙의 석실은 위치와 규모, 그리고 호화로운 각종의 유물에서 주인공이 안장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44호분은 해발 300m 정도의 높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35기의 석실에는 엄청난 석재가 사용되었고, 그 석재들이 자연석은 아니었습니다. 산에서 채석하여 가공되고 이곳으로 운반되었습니다. 지름 25~27m 높이 6m에 달하는 봉토의 흙을 채취하고 운반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더구나 35기의 석실에서는 엄청난 양의 토기와 철기류, 금은제품, 식품과 직물류 등이 출토되고 있습니다. 생전에 쓰던 물건도 있겠지만, 44호분이 축조될 때 새로 제작하여 부장품으로 넣어졌던 것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부장품들 역시 300m 아래의 왕궁과 부속공방에서 제작되어 운반된 것들이었습니다. 하나의 무덤 안에 수많은 방들이 설치되었던 것도 그렇거니와, 고분의 축조에 투입되었던 엄청난 노동력과 비용을 생각한다면, 44호분은 가야의 피라미드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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