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찰 옆 반려가족 위한 시설 운영
- 시, 인근 지원센터 내년 완공 예정
- “사람들 즐거움 주는 게 포교 활동”

“반려견들이 숲속 놀이터에서 목줄 없이 마음껏 뛰어노는 것을 바라보는 반려인(견주)들의 얼굴이 더 즐거워 보여요. 반려견 뒤에는 사람이 있죠. 동물 복지와 사람 복지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한마음선원 통영지원장인 혜연 스님이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반려견을 가족처럼 키우는 펫팸족이 느는 가운데 최근 경건해야 할 사찰 경내에 이례적으로 반려동물 놀이터가 문을 열어 전국적인 관심을 끈다. ‘통영시 숲속 반려동물 놀이터’는 경남 통영시 신도심인 죽림 시가지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마음선원 통영지원’ 사찰 입구 옆에 자리 잡았다. 신도심과 가깝지만 울창한 숲속이라 반려견이 뛰어놀기에는 그만이다.

지난 4월 개장한 이 놀이터를 운영하는 한마음선원 통영지원장 혜연 스님은 “경건해야 할 수행 환경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솔직히 고민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고심 끝에 반려견과 사람 모두 즐기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마음먹었죠. 동물과 사람이 상생하는 치유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혜연 스님은 통영시에 반려동물 놀이터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때마침 통영시는 민선 7기 강석주 시장의 공약사업인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었으나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심전심으로 숲속 놀이터 조성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00㎡ 부지에 중소형견과 대형견을 구분해 놀이터를 조성했다. 다양한 놀이기구와 음수대, 소변기, 목줄 거치대 등 부대 편의시설도 함께 갖췄다. 문을 연 지 2개월에 불과하지만 주말이면 반려견이 100마리 이상 찾을 정도로 견주 카페와 동호회 등을 통해 소문이 제대로 났다. 부산은 물론 멀리 경기도에서도 찾는다. 관광도시인 통영에 반려견을 함께 데리고 온 관광객이라면 이곳 놀이터를 찾는 것이 필수코스로 자리 잡을 정도다. 덩달아 한마음선원 통영지원도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견주들로부터 “이런 놀이터 공간을 만들어 줘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을 때마다 스님은 보람을 느낀다. 스님은 “반려견과 함께 온 사람이 즐거워하고 마음의 평온을 찾는 과정이 곧 포교 활동 아니겠느냐”며 “이곳을 찾는 사람이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최근 통영시는 ‘숲속 반려동물 놀이터’를 위한 부지 무상 제공과 운영에 대해 스님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시는 펫카페, 펫미용실, 용품 판매점 등을 갖춘 반려동물지원센터를 내년 완공할 계획이다.

스님은 한마음선원 통영지원 불사를 17년째 진행 중이다. 애초 도심 포교를 위해 구도심의 한 건물을 사용하다가 2004년부터 현재의 부지를 차곡차곡 사들여 지금까지 불사에 전념한다. 9만여 ㎡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대웅전과 참선 수행을 위한 선방, 어린이 법당 등을 완공했지만 아직 할 일이 많다. 혜연 스님은 “스승으로 모신 대행 큰스님의 ‘베풀고 살아라’는 가르침을 받들고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베풂을 받고 있어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