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가 인간의 존재 방식 규정
- 생각의 전환도 언어를 통해 가능
- 새로운 발상이 가치 인정받아

“언어 체계를 깨지 못하면 생각의 틀도 깨지 못합니다. 그러면 큰일도 하지 못하겠죠. 따라서 언어 체계를 바꾸는 것만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도달하는 길입니다.”

지난 21일 열린 국제아카데미 강의에서 김홍희 사진가가 ‘우리는 무엇으로 보는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미령 프리랜서

김홍희 사진가가 지난 21일 부산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17기 19주 차 강의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보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부산 출신인 김 사진가는 최근까지 30회 이상의 개인전과 40여 차례의 단체·기획전 등을 열며 독보적인 사진 세계를 구축해온 인물이다. 2000년 문예진흥원이 선정한 한국의 예술가 28인에 들었으며, 2008년에는 일본 니콘이 발표한 ‘세계의 사진가 2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칼럼니스트이자 작가로 활발한 저술 활동을 벌이며 대중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김 사진가는 ‘언어의 역할’과 ‘생각의 전환’에 특히 주목했다. 가장 먼저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을 인용해 ‘언어=존재의 집’이란 개념을 소개했다. 경험을 축적하고 의사소통 도구로도 쓰이는 언어가 인간의 존재 방식까지 규정한다는 의미다.

이어 인간이 언어 체계를 습득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세상에 처음 태어나 가장 먼저 만나는 엄마로부터 말을 배우고, 이후에는 학교와 사회 안팎에서 언어를 학습한다. 그런데 인간의 세계는 습득한 언어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조리개를 비롯한 전문용어로 말을 하면 이해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치과의사는 치과의사의 언어를, 엔지니어는 엔지니어 세계의 언어를 숙련하면서 다른 세계를 구축하게 되는 거죠. 어린 시절 친구를 세월이 흘러 만나면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모두 언어 세계가 달라진 탓입니다.”

인간의 사고(생각)는 자신의 언어 수준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사진가는 “생각의 전환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길이란 점에서 중요한데, ‘생각의 도구’가 바로 언어”라며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그에 걸맞은 언어를 구사하고 익히는 등 언어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 분야 트렌드를 설명하며 ‘남다른 생각’의 중요성도 알기 쉽게 전했다. 김 사진가는 “과거에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스킬(솜씨)과 아우라에 감동했지만, 이제는 ‘아이디어’ ‘발상’을 반영한 작품이 가치를 인정받는 ‘개념예술’의 시대”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팝 아트로 유명한 미국의 앤디 워홀을 소개했다. 앤디 워홀은 아뜰리에(예술가 작업실)를 ‘공장’이라고 부르고, 마릴린 먼로 판화 작품 등을 대량으로 생산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김 사진가는 “예술을 공장에서 재생산한다는 생각의 발상 자체가 그의 가치를 더욱 높인 셈”이라며 “여러분 역시 세상을 바라볼 때 지나치게 의미에 갇히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