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항만 안내선’ 조타기 잡아
- 2004년부터 5000여 회 운항
- 실어나른 승객 17만 명 달해
- 배 노후돼 대체선박 투입 예정

부산항만공사(BPA)는 세계적인 항만인 부산항의 위상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부산항만 안내선인 ‘새누리호’를 운항하고 있다. 새누리호는 BPA가 지금 2005년 부산 APEC정상회담 당시 부산항을 홍보하려 호주에서 도입한 배로 최대 속력은 29노트이며 한꺼번에 승객 60여 명을 태울 수 있다.

15년간 BPA 새누리호를 무사고로 운항하고 지난달 28일 퇴임한 김남근 선장이 마지막 운항을 하며 감회에 젖어 있다.

2004년 10월부터 새누리호의 조타기를 잡아 15년간 5000회를 운항한 BPA 김남근(61) 선장이 지난달 28일 퇴임했다. 그는 지난 15년간 단 한 건의 사고도 내지 않은 무사고 운항 기록을 세웠다. 그가 새누리호로 부산항만을 안내한 시민은 무려 17만 명에 달한다.

무료로 운항하는 새누리호는 수미르 공원을 출발점으로 국제여객터미널과 북항 재개발사업지역, 컨테이너 터미널 등 드넓은 부산항을 배로 둘러보며 아름다운 부산의 경관을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마지막 항해를 한 뒤 만난 김 선장의 얼굴에는 아쉬움과 안도감이 교차했다. 김 선장은 “‘단 한 사람도 불편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가 신조였다. 그 신조를 지켰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김 선장은 또 “승객들이 안내선으로 부산항 투어를 마치고 배에서 내리면서 선장인 저와 선원들에게 ‘고맙다’며 감사의 인사를 할 때 큰 보람을 느꼈다”며 “BPA 직원으로서 공사와 부산항 홍보에 일조한다는 자부심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교육으로 안내선 무료 승선을 신청하는 학부모들, 부모님을 모시고 부산항을 바라보며 바람을 쐬고 싶은 사람들이 주 고객이었다. 지난달에는 한국언론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미국 언론인들을 새누리호에 태우고 부산항 일대를 누비며 부산항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15년 무사고 운항 기록을 수립한 데 대해 “부산항은 조수간만의 차가 1.43ｍ로 매우 적어 항내에서 안전한 운항과 접안이 가능하다”며 “아름다운 부산항을 관광객들과 부산시민에게 알릴 수 있어 보람 있었다”고 했다.

김 선장에 대한 후배들의 신임도 두텁다. 홍보부 항만안내선 담당 최현덕 사원은 “김남근 선장님은 항만안내선을 자신의 배처럼 아끼고 책임감이 강한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말했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 황포리 출신인 김 선장은 어릴 때부터 마을 앞바다와 배를 보며 선장의 꿈을 키웠다. 1977년 울산지방해운항만청에 입사해 근무하다 1986년 부산지방해운항만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1995년 부산항 감천출장소에서 처음 순찰선을 몰았고, 2000년 새누리호의 전신인 한누리호 선장을 맡았다. 2004년 설립된 BPA에서 새누리호 선장으로 조타기를 잡아 오늘에 이르렀다. 42년간 항만과 인연을 지속한 셈이다. BPA는 선령이 22년이 넘은 새누리호를 교체해 새로운 전기추진 선박을 운항할 계획이다. 올해 11월께 90여억 원의 예산으로 선박 건조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선소가 선정되면 육상 시험과 시범 운항을 거쳐 실제 배치되고 2021년 4월께 운항이 가능해진다. 김 선장은 그동안 정든 새누리호가 부산항 운항 의무를 다할 때까지 부인 강필숙 씨와 함께 관광객으로 자주 배를 타러 오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