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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77> 스승 입적한 날 지은 진각국사 혜심의 칠언절구

저녁 바람에 이따금 꽃향기 불어오네(晩風時送暗香來·만풍시송암향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6-01 18:50:13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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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깊은 절 뜨락은 깨끗해 티끌 없고(春深院落淨無埃·춘심원락정무애) / 한 잎 한 잎 떨어진 꽃이 푸른 이끼에 점 되네.(片片殘花點綠苔·편편잔화점록태) / 누가 소림 소식 끊겼다고 하는가(誰道少林消息絶·수도소림소식절) / 저녁 바람에 이따금 꽃향기 불어오네.(晩風時送暗香來·만풍시송암향래)

진각국사(眞覺國師) 혜심(慧諶·1178~1234)이 스승인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1158~1210) 스님의 입적 날 지은 시 ‘국사께서 돌아가신 날(國師圓寂日)’로, 자신의 문집인 ‘무의자시집(無衣子詩集)’에 수록돼 있다. 지눌 스님이 1210년 3월 27일 입적하자 왕(희종)은 불일보조국사(佛日普照國師)에 추앙하였다.

3행의 ‘소림소식(少林消息)’은 예전 달마대사가 소림사에서 7년간 면벽 수도 끝에 크게 깨달은 일, 즉 깨달음을 일컫는다. 그리하여 스승이 가시자 끊긴 줄 알았던 깨달음의 소식이 뜨락을 통해 전해온다. 스승은 가셨어도 그 가르침은 여전히 남아있음을 혜심은 깨닫는다.

혜심은 1201년 사마시에 합격하여 국립교육기관인 태학(太學)에 들어갔으나, 다음해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당시 수선사(修禪社)를 만들어 교화 활동을 하고 있던 지눌에게 가서 어머니의 재(齋)를 올린 다음, 지눌의 제자가 되었다. 지눌의 뒤를 이어 혜심은 수선사의 제2세 사주(社主)가 되어, 간화선(看話禪)을 강조하였다. 알다시피 지눌은 정혜결사(定慧結社)를 조직해 불교 개혁을 추진했으며, 돈오점수(頓悟漸修)와 정혜쌍수(定慧雙修)를 주장하며 선교일치(禪敎一致)를 추구했다.

필자가 은거하는 화개 목압마을은 불일폭포로 올라가는 초입에 있다. 심장이 좋지 않아 매일은 못 가지만 종종 폭포에 올라간다. 폭포 위에 불일암(佛日庵)이 있다. 지눌 스님이 이 암자에서 수행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스님이 입적하자 그의 시호를 따 이 암자 이름을 불일암으로, 청학동폭포를 불일폭포로 바꾸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 지리산유람기의 효시로, 청파 이륙(1438∼1498)이 쓴 ‘지리산유산기’(1463)에도 “쌍계사에서 동쪽으로 재 하나를 넘으면 불일암이 있고…”라며 불일암 내용이 나온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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