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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5> ‘소쇄원’ 주인 양산보에게 준 김인후의 시

묻노니 인심 또한 그대로인지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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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1-03-16 19: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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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爲問人心同不同·위문인심동부동

소쇄원에는 소쇄옹이 있어(瀟灑園中瀟灑翁·소쇄원중소쇄옹) / 한 해 농사를 동풍에 점쳐보네.(一年春事占東風·일년춘사점동풍)/ 매화소식은 언제나 변함이 없으니(梅花消息渾依舊·매화소식혼의구)/ 묻노니 인심 또한 그대로인지(爲問人心同不同·위문인심동부동).

하서 김인후(金麟厚·1510∼1560)가 소쇄원(명승 제40호·전남 담양군 지곡리) 주인 양산보(梁山甫·1503~1557)에게 보낸 시이다. ‘1548년 정월보름날 소쇄원에 드리다(戊申上元奉寄瀟灑園)’ 제목으로 ‘하서전집’에 실렸다. 김인후는 소쇄원 48경도 시로 노래했다. 1540년 문과에 급제한 김인후는 담양 인근 장성에서 태어나 1543년 홍문관 박사 겸 세자시강원 설서를 지내 당시 세자였던 인종을 가르쳤다. 인종이 즉위 9개월 만에 사망하고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낙향해 성리학 연구와 후학 양성에 정진했다.

소쇄원은 정자가 있는 별서정원이다. 첫 행의 ‘소쇄옹’은 소쇄원을 건립한 양산보를 일컫는다. 양산보는 15세 때 상경해 조광조(1482∼1519) 문하생이 되어 수학했으며,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가 사약을 받자 충격을 받고 낙향했다. 그 뒤 소쇄원을 짓고 세속적인 것과 거리를 멀리했다. 김인후가 ‘인심 또한 그대로인지’ 물은 대목은 양산보가 여전히 세속 물욕과 상관없이 살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소쇄원 경영에는 면암 송순과 김인후 등도 참여했다. 송순은 양산보와 이종사촌, 김인후는 양산보와 사돈 간이었다. 담양부사를 지낸 임억령과 인근 환벽당의 주인 김윤제, 동래부사를 지내고 임진왜란 때 금산싸움에서 작은아들 고인후와 함께 전사한 고경명 그리고 기대승 정철 김성원 등도 소쇄원을 드나들며 시를 읊었다.

필자가 운영하는 목압서사에서 며칠 전 ‘소쇄원과 담양의 인문학’ 특강을 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된 ‘조해훈 박사의 인문학특강’을 지난달 21일 재개했다. 필자 포함 주민 4명으로 인원을 제한한다. 목압서사(경남 하동군 화개면)에서는 1시간가량밖에 안 걸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 소쇄원을 종종 찾는다. 필자는 소쇄원의 정자 중 여러 문인의 시가 걸려 있고, 마루에 앉아 있으면 열어젖힌 큰 문으로 바람이 솔솔 부는 제월당을 특히 좋아한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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