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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3> 내외 분명하던 시절 아내와 선비의 봄나들이

나물국 간 맞추려면 늙은 처라도 있어야 하겠지요(采羹還許老妻調·채갱환허로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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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1-03-09 18: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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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서 내려 어린 아이놈 붙들어야 하지만(下馬扶携稚子驕·하마부휴치자교) / 나물국 간 맞추려면 늙은 처라도 있어야 하겠지요.(采羹還許老妻調·채갱환허로처조) / 썩은 선비의 행색일망정 자랑할 만하기에(腐儒行色猶堪詑·부유행색유감이)/ 이러한 뜻으로 풍류를 사또께 아룁니다.(爲報風流使相軺·위보풍류사상초)

용재 이행(李荇·1478~1534)의 문집인 ‘용재집(容齋集)’에 실려 있는 시이다. 제목이 긴데 모두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장난으로 한 감사에게 편지를 보내다. 감사는 내가 처자와 동행한 것이 대장부의 일이 아니라 하기에 일부러 장난으로 답한다.(戱簡韓使相. 使相以僕率妻孥同行非大丈夫, 故戱答之.·희간한사상 사상이복솔처노동행비대장부 고희답지)’.

조선 시대에 선비가 아내와 나들이를 나간다는 게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 시의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용재 이행이 처자를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가 놀림을 받았던 모양이다.

이행은 1504년(연산군 10) 연산군의 어머니 윤 씨의 복위 문제에 얽혀서 일어난 갑자사화에 연루돼 충주로 유배를 갔고, 이어 함안을 거쳐 1506년에는 거제도에 위리안치돼 힘든 유배생활을 했다. 그런 그였기에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1510년에 처자와 함께 영남의 금오산과 가야산 등을 유람했다. 그때 관찰사였던 벗이 이행에게 졸장부처럼 처를 데리고 다닌다고 놀린 것이다. 이행은 핑계 아닌 핑계를 댔다. 여행 중에 국이라도 끓여 먹으려면 아내가 필요해서라고 말이다. 내외가 분명하던 시절이었다. 그때 부녀자는 함부로 바깥나들이를 할 수 없었다. 더구나 신분이 높은 남편과 동행하는 건 상상조차 안 되던 때였다. 이행은 유배가 끝난 뒤 우의정과 좌의정을 지낸 인물이다. 지난 주말에 필자가 은거하고 있는 하동 화개는 나들이 차량으로 길이 꽉 막혔다.

요즘 매화가 한창이어서 화개장터를 찾은 사람들에 더해 섬진강 건너편 매실마을 나들이객까지 엉켜서 그랬다. 이들을 보니 이행의 가족 나들이가 생각났다. 이달 말쯤이면 십리벚꽃길을 찾는 나들이객으로 이곳은 더 심한 교통 체증을 겪을 것이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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