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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2> 인간관계에 관한 ‘천자문’ 한 구절의 가르침

“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자신의 장점을 믿지 말라”(罔談彼短 靡恃己長·망담피단 미시기장)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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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1-03-07 19:14:01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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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千字文)’에 나오는 짧은 구절이다. 해석 그대로 다른 사람들의 단점을 지적하지 말고, 내가 잘났다고 과신하지 말라는 경구다.

‘천자문’은 6세기께 중국 양(梁)나라 무제의 명을 받고 주흥사(周興嗣)가 찬술했다. 네 글자가 하나의 구(句)를 이뤄 모두 250구, 총 1000자(字)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문 학습의 초독서(初讀書)로서 역할을 해왔지만, 그 뜻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도 듣지만, 남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한다. 누군가가 나의 단점에 대해 말하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그런 생각과 느낌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단점이나 모자라는 부분을 감싸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지구상에서 사람이 사라질 때까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에서 모든 일이 이뤄진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또는 살아가면서 장점과 단점을 가진다. 장점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자기가 가진 장점에 관해 너무 떠벌리거나 드러내면 오히려 그로 인해 화를 초래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그리하여 높은 곳에 있을수록 낮은 곳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겸손과 포용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맹자(孟子)’의 ‘이루장구하(離婁章句下)’에서 “군자는 자신의 행실을 닦는 것을 급히 여기기 때문에 남의 장단을 점검할 겨를이 없다”고 했다. ‘서경(書痙)’의 ‘열명(說命)’에서도 “자신이 선(善·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선(善)을 잃는다”고 했으니, 가장 경계하고 살펴야 할 일이다.

한학자였던 선친께서는 필자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천자문’을 가르치시고 외우도록 하셨다.

그때는 뜻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외운 걸 칭찬해주시면 괜히 기분이 좋았다. 환갑이 지나고 보니 구절 하나하나에 세상의 이치가 담겨있음을 깨닫는다.

‘천자문’의 이 짧은 시구를 잘 이해하고 그 가르침을 새긴다면, 큰 해(害)를 입지 않고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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