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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4> 조선 중기 대표 문인 장유의 시 ‘귀전만부’

농사일 배우며 생의 감흥 느끼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2-07 18:44:16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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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산모퉁이에 밭을 일구고(耕田南山側·경전남산측) / 북쪽 산굽이엔 초막 엮었네.(結廬北山曲·결려북산곡)/ 아침에 밭에 나가 일을 하고(朝出到壠上·조출도롱상)/ 저물면 돌아와선 책을 뒤적거리네.(暮歸理書策·모귀리서책)/ 쓸데없는 고생한다 비웃을지 모르지만(旁人笑我勤·방인소아근)/ 나 자신은 마냥 즐겁다네.(我自以爲樂·아자이위락)/ 이제야 알겠노라 농사일 배우는 게(始知請學稼·시지청학가)/ 벼슬자리 찾기보단 그래도 나은 것을(猶勝問干祿·유승문우록)

조선 중기 대표 문인의 한 사람인 계곡(谿谷) 장유(張維·1587~1638)의 시 ‘귀전만부’(歸田漫賦·시골로 돌아와 감흥에 겨워 지은 시)로, 그의 문집 ‘계곡집’에 있다.

장유는 사계 김장생의 문인으로 우의정 김상용의 사위다. 23세에 문과에 합격해 26세 때 규장각 교리로 재직 중 김직재 옥사에 처남이 연루돼 파직되자 고향 안산으로 가 농사짓다 37세에 인조반정에 참여한다. 이듬해 이괄의 난 때 인조를 모시고 공주로 갔다. 41세 정묘호란 땐 강화도로, 50세 병자호란 때는 남한산성으로 인조를 모시고 가 최명길과 함께 강화를 주장했다. 51세 때 우의정에 제수됐으나 모친상을 이유로 사직했다. 딸이 인조의 둘째 아들 봉림대군(조선 17대 왕 효종)과 결혼해 왕후가 됐다. 그는 효종의 장인이다.

그의 시편 속에 “견책받고 폐고되어 집에만 오래 있다 보니(譴廢久家食·견폐구가식)/ …/ 귀향길 어떻게 늦출 수 있나(歸田不可緩·귀전불가완)/ 빨리 가서 제때에 씨 뿌려야지(須趁耕耘時·수진경운시)”란 시구가 있어 파직 시절 위 시를 읊은 것으로 보인다.

장유는 유학과 제자백가·도교·불교 등에 관심을 가졌으며, 특히 이단에 가까운 취급을 받던 양명학에도 깊었다. 그는 중국의 학문 발전 까닭도 다양한 학문이 성장할 지적 풍토에서 찾았다. 전원생활을 일찍부터 꿈꿨으나 출중한 인재였기에 정치 상황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아둔하기 그지없는 필자도 지리산 중 가장 깊은 골짜기에 들어와 농사지으며 소일한다. 하루가 다르게 몸의 병이 깊어지지만, 밭을 묵힐 수 없어 양 팔목에 파스를 붙여가며 다른 사람들 말마따나 무식하게 농사를 짓고 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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