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이름 진(阜-8)나라이름 채(艸-11)의 지(丿-3)재앙 액(厂-2)

실제로 공자가 영계기란 인물을 만났는지는 알 수 없다. ‘열자’의 이야기가 대개 寓話(우화)이므로 虛構(허구)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다면 굳이 그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 비록 상상으로 빚어낸 이야기라 하더라도 거기에 삶의 진실이 담겨 있다면, 엄혹하고 변화무쌍한 현실을 무탈하게 사는 길을 들려주고 있다면, 기꺼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앞서의 이야기와 달리 실제 공자가 겪은 일, 흔히 ‘陳蔡之厄(진채지액)’이라 하는 일에 대해 말해보겠다. ‘說苑(설원)’ ‘雜言(잡언)’에 나온다.

공자가 천하를 주유하다가 陳(진)과 蔡(채) 두 나라의 국경 근처에서 困境(곤경)에 처한 적이 있었다. 楚昭王(초소왕)이 공자를 초청했는데, 공자가 초나라에 기용될까 두려워한 진과 채의 대부들이 공자를 해치려 한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양식이 떨어져서 제자들이 굶고 있었는데, 공자는 그 와중에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성격이 괄괄한 子路(자로)가 참다못해 스승인 공자에게 따지고 들었다.

“제자들이 굶주리는데도 스승께서는 노래를 하시니, 이것이 예입니까?”

공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노래를 다 한 뒤에 이렇게 말했다.

“由, 君子好樂爲無驕也, 小人好樂爲無懾也. 其誰知之? 子不我知而從我者乎?”(유, 군자호악위무교야, 소인호악위무섭야. 기수지지? 자불아지이종아자호?) “유야, 군자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교만함을 없애기 위함이고, 소인이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두려움을 없애기 위함이다. 누가 이런 뜻을 알겠느냐? 너는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따르고 있느냐?”

공자는 ‘禮樂(예악)’을 중시했는데, 그 자신도 음악에 조예가 깊었을 뿐만 아니라 노래 부르기를 매우 좋아했다. 누군가 노래를 잘 부르면 반드시 한 번 더 불러 달라고 청했으며, 그 자신도 노래로 화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잔치 자리에서나 별일 없는 때에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제자들과 함께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황에서도 천연하게 노래를 불렀다니, 이야말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유로웠다고 할 만하지 않겠는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