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것물(牛-4) 살생(生-0) 에서 어(方-4) 없을 무(亠-1)

실제로 노자가 “해답은 간단해!”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덕경’을 보라. 글자 수가 모두 5000자에 불과하다. ‘죽간본’은 그보다 훨씬 적다. 내용도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것은 그가 바라본 사물과 현상의 세계가 뜻밖에도 복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자는 그런 세계에서 살아가는 길 또한 복잡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죽간본’ 19-1에서 노자는 “返也者, 道動也. 弱也者, 道之用也.”(반야자, 도동야, 약야자, 도지용야) 곧 “되돌아오는 것이야말로 도의 움직임이다. 여린 것이야말로 도의 쓰임이다”라고 말했다. ‘返(반)’이 도의 작동 원리라면, ‘弱(약)’은 그 도에 따라 사는 방법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워하는 까닭은 우리가 오래도록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 탓이다. 세상사는 복잡하고, 문제를 푸는 방법도 복잡하다는 것.

사실 세상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도, 세상사를 복잡하게 설명하는 것도, 갖가지 문제를 쉽게 풀지 못하고 헤매는 것도, 그렇게 헤매는 것이 또 당연하다는 듯이 구는 것도 모두 지식인이나 전문가의 소행이다.

단순하고 간단하다고 말해서야 지식인이나 권력자에게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복잡하게 만들어야 그들이 행세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글을 길게 써대는 것도 그런 행세인지 모르니, 부디 속지 마시길!

노자가 글을 남긴 까닭도 그 때문이다. 노자는 당대의 지식인들, 권력자들을 위해 글을 남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그리고 후대의 지식인들, 권력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썼다. 지식인의 곡학아세, 권력자의 혹세무민에 속지 말라는 절절한 외침이 깊이 숨어 있는 글이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죽간본’ 19-2를 곱씹어보기 바란다.

“天下之物, 生於有, 生於亡.”(천하지물, 생어유, 생어무) “하늘 아래 온갖 것은 있음에서 살고 없음에서 산다.”

있음에서 살고 없음에서 산다? 이 무슨 말인가? 모순인가, 역설인가? 현실을 제대로 알고 표현한 말인지, 나름의 이치를 담은 말인지는 우리의 경험과 현실에 비추어서 판단해야 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