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심(心-0) 부릴 사(人-6) 기운 기(气-6) 이를 왈(曰-0) 억지로 강(弓-9)

누구나 불행으로 여길 몸을 가진 支離疏(지리소)가 제 몸을 기르고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던 바탕은 어디에 있었을까? 흔히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데, 지리소도 마음을 먹었던 것일까? 마음을 먹는 일이야 어렵지 않으니, 지리소 또한 그러했으리라. 그런데 마음을 먹었다고 단번에 온전한 몸을 가진 사람들도 잘하지 못하는 일을 해낼 수 있는 걸까?

作心三日(작심삼일)!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다. 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일을 시작했는데도 고작 사흘밖에는 못 가는 걸까? 마음은 쉽게 먹을 수 있는 반면에 그만큼 쉽사리 약해지고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스개처럼 “사흘마다 마음을 먹으면 된다”고 말은 하지만, 마음을 거듭 먹는 일만 습관이 되어 제풀에 지쳐갈 뿐이고 실제로 바뀌거나 나아지는 것은 거의 없다.

왜 마음을 먹었는데도 잘 되지 않을까? 마음은 아무리 잘 먹어도, 아무리 좋은 마음이라도 그것은 하나의 실마리요 꼬투리일 뿐이다. 마음먹은 일을 실제로 해나가는 것은 그 마음이 아니라 氣力(기력)이다. 내 몸 안에 가득해 내 몸을 실제로 움직이는 기운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 기운은 마음과 달리 단번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내가 거듭 가졌던 생각과 마음, 되풀이한 말과 행동 따위가 쌓아온 무형의 미묘한 힘이 기운이다. 바로 지금의 나를, 영 마뜩잖은 내 삶을 만든 것도 바로 이 기운이다.

이런 기운을 당장 먹은 마음으로 바꾸려 한들, 바꾸어지겠는가? 아무리 올곧고 금강석 같은 마음을 먹는다 해도 오래된 기운을 단번에 바꾸지는 못한다.

마음을 곧게 단단히 먹는다는 것은 지금의 내 기운과 삶이 그만큼 잘못되어 있음을, 쉽사리 바꿀 수 없음을 뜻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럼에도 별안간 일으킨 마음으로 오래된 기운을 부리려 하니, 힘들고 괴롭고 짜증나지 않을 리 없다. 노자가 “心使氣曰强”(심사기왈강) 즉 “마음으로 기운을 부리는 것을 억지라 한다”고 말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