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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컨테이너선으로는 처음으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유럽에 도착했다. 사진은 팬스타 아크로호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알리는 홍보 사진. 팬스타 제공 |
국내 컨테이너선으로는 처음으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입항한다. 부산을 출항한 지 22일 만이다. 당초 계획보다 이틀 늦었지만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9일까지 북극해를 통과해 유럽까지 큰 사고 없이 운항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해운산업에 의미 있는 진전이다.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이 줄면서 북극항로의 선박 운항 여건이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시범운항은 상업 운송 가능성을 직접 시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베링 해협을 지나 북극해에 진입해 척치해 동시베리아해 랍테프해 카라해를 차례로 통과했다. 북극해 운항 거리는 약 6400㎞에 이른다. 해빙이 상대적으로 많은 척치해와 동시베리아해를 통과하면서 해빙을 만나 항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안전하게 운항을 이어갔다. 러시아 쇄빙선의 에스코트 없이 북극해를 통과했고, 당초 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유럽에 도착했다. 북극항로가 연구선이나 특수 선박이 주로 이용하던 항로를 넘어 상업 운송을 본격적으로 검증할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극지연구소 관측에 따르면 척치해와 동시베리아해의 해빙 두께도 비교적 얇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제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후속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는 2030년 북극항로 정기 상업항로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도 정기 운항에 나서며 북극항로 상업화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다. 북극항로를 둘러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이번 시범운항에서 얻은 경험을 축적하고 상업화에 필요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다만 왕복 운항을 마쳐야 이번 운항의 성과를 온전히 평가할 수 있다. 북극해의 해빙과 기상 조건에 따라 운송 시간이 얼마나 변하는지,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와 비교해 경제성이 있는지 등을 왕복 운항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추가 시범운항을 한다면 계절과 해빙 조건이 다른 시기에 반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화주 입장에서는 운송 거리 단축 못지않게 예측 가능성과 정시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검증을 거쳐 북극항로가 안정적으로 상업화된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해운·항만 물류 경쟁에서 새로운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부산항을 북극항로의 주요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시범운항에서 얻은 경험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운항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여 실제 상업 운항으로 이어가야 한다. 관련 정보를 업계와 공유해 안전 운항 역량을 높이고 부산항을 중심으로 북극항로와 연계한 물류망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겠다. 선박 운항 기술과 쇄빙 역량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항만 인프라 확충, 보험과 금융 등 상업 운항에 필요한 제반 여건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해운업계와 화주가 북극항로를 실제 운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