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를 하다 보면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늘 이야기할 ‘행정조사 시 사전통지의무’가 그 중 하나다. ‘행정조사기본법’이라는 법률이 있다. 이 법은 행정조사의 방법·절차를 규정함으로써 행정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고 국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 제17조 제1항 본문은 행정조사를 실시하는 행정기관의 장은 조사 7일 전까지 대상자에게 서면 통지해야 하고, 단서는 미리 통지할 경우 증거인멸로 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조사 개시와 동시에 구두 통지할 수 있다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요양원·주야간보호기관 등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행정조사의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인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61조 제3항에 따라 ‘행정응원’의 형태로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행정조사를 실질적으로 주관한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는 ‘장기요양기관 현지조사 및 행정처분 지침’을 마련했고, 지침에서 현지조사를 정기·수시조사로 나누고, 특히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기관으로서 수급자 보호나 증거인멸 또는 폐업 우려가 있는 경우’에 긴급조사를 두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는 긴급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 제1항 단서를 적용해 사전통지 없이 조사 개시와 동시에 구두 통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는 이와 전혀 다르게 운용된다. 행정조사(현지조사)를 받은 거의 대부분의 장기요양기관들은 사전통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외친다. 어떤 사건에서는 ‘현지조사 결과서’에 ‘수시조사’라고 명시해 놓고서도 해당 사안이 ‘긴급조사’라고 주장하며 사전통지 안 한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장기요양기관에 대해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 제1항 본문과 단서가 ‘원칙이 예외가 되고, 예외가 원칙이 되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관행에 대해 최근 대전고법은 매우 유의미한 판결(2024누12328)을 내렸다.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입법·행정작용에 모두 적용된다. 행정조사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내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법관의 사전 영장을 통한 통제 가능성도 결여돼 자의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통지 제도를 둔 것이다. 따라서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사전통지 예외 요건의 충족 여부는 헌법상 기본권 보호 및 적법절차의 원칙 준수의 관점에서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 따라서 막연한 제보를 바탕으로 한 수시조사의 경우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어 사전통지를 하지 않는다는 행정청의 내부적 관행에 따른 현지조사는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때도 사전에 조사 일정을 조정하고 진술거부권 고지를 받고 조사를 시작한다. 범죄 연루 물건을 압수할 때도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행정조사에서는 사전통지는 언감생심이고 진술거부권 고지는커녕 조사원 질문을 거부하면 형사고발 대상이 된다는 고지까지 받는다. 참고로 ‘진술거부권’은 헌법 제12조 제2항에 근거해 형사·행정·국회 조사절차에서 모두 보장되며 법률로서도 진술을 강제할 수 없다. 그런데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67조 제4항은 장기요양기관이 행정조사에서 조사원의 질문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면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위헌적 법률로 판단된다.
2023년 12월 14일 부산 소재 한 주야간보호센터의 40대 센터장이 공단의 현지조사 기간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물론 장기요양기관의 잘못도 있겠지만 그 잘못을 찾아내고 제재하는 과정에서도 법은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 그것이 적법절차의 원칙이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될 당시 제도 안착의 한 축을 담당한 곳은 바로 민간에서 참여한 노인장기요양기관이었다. 이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초고령사회 도래에 따른 고령자의 돌봄 이슈를 해결해 나갈 수 없었다. 노인장기요양제도의 운영·발전을 위해서는 ‘사후 감독’이 아닌 ‘사전 관리’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장기요양기관도 숨을 쉴 수 있고 국민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장기요양서비스의 안정적 제공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