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얼굴에 담긴 이야기<5> 무와 배추의 앙상블

  • 김태연 동명대 동양문화학과 겸임교수
  •  |   입력 : 2026-03-13 08:57:32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무는 양(陽)이고 배추는 음(陰)이다. 무는 낮의 뜨거운 태양 볕을 받으며 자란다. 배추는 밤의 서늘한 달빛을 머금으며 제 몸을 키운다. 무가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남성성을 상징한다면, 배추는 잎을 안으로 말아 생명을 품은 여성성을 닮아있다.

무의 뿌리는 깊고 어두운 땅속에 몸을 묻는다. 대지는 음이기에 양인 무의 뿌리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이것이 자연이 보여주는 음양의 첫 번째 조화이다. 본래 무는 밖으로 드러난 잎보다 땅속에 박힌 몸체가 더 크고 단단한 법이다. 하지만 기운이 넘치면 흙 위로 제 몸을 쑥 내민다. 양기(陽氣)란 밖으로 발산하는 성질을 지니기에, 숨기지 못하고 제 존재를 뽐내며 잘난 척을 한다. 양은 모름지기 양다워야 하는 법이다. 양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음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배추는 태양의 기운을 갈구하듯 널따란 잎을 펼친다. 뿌리는 작으나 양기를 흡수하는 잎은 유난히 크고 넓다. 배추의 속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그 내실을 옹골차게 만들기 위해 지푸라기로 동여매 준다. 배추는 가르고 쪼개기 전까지는 결코 속을 보여주지 않는다. 안으로 갈무리하고 은밀하게 감추는 것이 음의 속성이다. 잎이 하늘로 펼쳐진 채 속이 차지 않은 배추는 싱겁다. 기운을 안으로 모아 내실을 다져야 하는 음의 본분을 잊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기운을 가진 무와 배추는 겨울의 문턱에서 하나가 된다. 겨울은 음의 계절이고 주재료인 배추 또한 음이다. 자칫 치우치기 쉬운 이 음의 기운을 다스리는 것은 양기가 강한 부재료들이다. 찹쌀풀, 고춧가루, 생강, 마늘은 모두 뜨거운 성질을 품고 있다. 여기에 큼지막하게 썬 무를 배추 사이사이에 끼워 넣음으로써 음양의 천칭은 균형을 이룬다. 부족하면 더하고 넘치면 덜어내는 지혜가 김장 한 포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러한 자연의 섭리는 인간의 성정과 인연으로 이어진다. 무 같은 사람은 겉으로 단단해 보이나 그 속에 깊은 단맛을 감추고 있고, 배추 같은 사람은 부드러워 보이나 겹겹이 쌓인 속내를 쉽게 내보이지 않는다. 단단한 이는 사실 부드러움을 너무 깊숙이 숨기고 있어서 어지간해서는 제 속을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강한 남자도 그의 철벽을 허무는 여인의 다정한 진심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진다. 딱딱한 쇠가 열을 만나면 부드럽다 못해 액체가 되는 이치와 같다.

배추 같은 사람은 겉모습은 유연하지만 그 이면에 강인한 본성이 숨어 있다. 부드러운 물은 시멘트를 결집시켜 딱딱한 콘크리트를 만든다. 물의 숨은 본성이 사실은 단단한 결속이기 때문이다. 그토록 유연한 물이 초고압의 정교함으로 강철판을 절단하고,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수가 바위에 구멍을 내는 법이다. 사교성 좋고 유들유들한 이가 의외로 냉정할 수 있다. 부드러우면 부드러울수록 그 마음속에는 단단한 경계가 서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관계가 같은 재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결을 맞추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정 ‘좋은 사람’이란 만인에게 칭송받는 이가 아니라, 나의 빈틈을 메워줄 수 있는 ‘나와 맞는 사람’이다. 관계의 행복은 나의 기질을 먼저 살피고,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며 그 간극을 메워가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 시작된다. 무와 배추가 서로의 기운을 빌려 깊은 맛을 내듯, 사람과 사람 사이도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며 비로소 익어가는 법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4. 4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5. 5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6. 6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7. 7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8. 8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9. 9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10. 10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 1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2. 2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3. 3정부, 김지용 저격 임은정 감찰 지시(종합)
  4. 4국힘 “한미 균열…정동영 통일부 장관·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경질을”(종합)
  5. 5주진우 "대구 천장 붕괴사고 때 이 대통령 골프, 참사때마다 벌써 세 번째"
  6. 6[속보]외교부, 사우디 전역에 ‘출국 권고’…중동 재외국민 안전대책 점검
  7. 7울산 북구, 내년 구의원 월정수당 15% 인상안 주민 의견 듣는다
  8. 8우크라 갈등에 한미 정보협력 난기류까지…靑 고심
  9. 9이 대통령 "팬스타아크로호 귀항 축하, 이번 성과 바탕으로 북극항로 시대 준비"
  10. 10노무현·박원순 소환한 이 대통령 "품격없다 비난해도 SNS 소통 계속할 것"
  1. 1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2. 2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3. 3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4. 4발전설비 점검하고, 길 위 장애물 치우고…부산 기관 로봇들 맹활약
  5. 5[한 손 뉴스] 국산 비만치료 신약 ‘에페’, 위고비·마운자로에 도전장
  6. 6“부산 중심으로 체계적 해양AI 개발…협의체 꾸리자”
  7. 7최전방 GOP용 ‘AI 경계병’ 개발한다
  8. 82030세대 겨냥 ‘저도수 토마토 막걸리’ 뜬다
  9. 9고금리 벼랑 부산 취약층에 ‘재기 사다리’…910건 금융지원
  10. 10신세계센텀서 ‘미세키서울’ 26FW 선봬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4. 4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5. 5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6. 6“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7. 7“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기업 유치 등 사천 경제 활성화”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2일
  9. 9합천·하동·산청·거창, 인구소멸 해법으로 양수발전소 유치전
  10. 10거제 양대 조선소, 지역 인재 더 뽑는다
  1. 1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2. 2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3. 3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4. 4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5. 5유현조, 여자골프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정상…시즌 2승
  6. 6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7. 7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8. 8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9. 9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10. 10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SNS
배우 한선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아크로호 귀항, 북극항로 상업화 본격 추진할 때다
국감 법사위 희화화, 국민은 실소 넘어 자괴감 든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개척자 정신
빚을 물려받는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