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 부지조성공사 기간 연장을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공단은 지난 4일 부산시와 기본설계·기본계획을 시행한 업체 등이 참여한 ‘부지조성공사 적정 공기 관련 비공개 토론회’에서 공사 기간 111개월을 주장했다. 공단 관계자는 “자체 검토 결과 연약지반 처리와 공사에 필요한 가설 도로 건설 등을 고려할 때 국토부가 제시한 84개월보다 긴 111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건설이 요구한 108개월보다 3개월 더 길다. 공단과 국토부의 관계를 고려할 때 국토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토부는 비공개 회의서 공기 연장안을 흘리듯이 할 게 아니라 시민 앞에서 당당하게 견해를 밝혀야 할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공단이 공기 연장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참여 희망 건설업체의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이 공기 부족을 이유로 사업 포기를 선언한 게 지난 5월 30일이다.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진척된 게 없다. 속절없이 시간만 허비했다. 공단은 이를 타개하고자 현대건설 컨소시엄 소속 건설사와 접촉을 해왔다. 업체들은 최소 108개월이 돼야 공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가 84개월을 유지한 채 부지공사 재공고를 내면 참여업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다. 84개월은 1년8개월간 153억 원을 들여 기본계획 용역 결과 나온 공사 기간이다. 50여 차례 전문가 자문회의도 거쳤다. 할 만큼 하고 내린 결론이다. 현재 이 결론을 덮을 만한 게 없다.

그래서 부산시는 84개월이 적정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많은 예산과 전문가들의 숙의 과정이 있었던 만큼 이를 신뢰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연재해 등 피치못할 사정이 생길 때 공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즉 84개월 플러스 알파인 셈이다. 건설업체들이 걱정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지를 준 것이다. 최근 건설 경기 악화로 업체들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 특히 바다를 메워야 하는 공사이므로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도 111개월 공사 기간은 과도하다. 국토부와 공단이 업체들 이해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 양보할 게 있고, 물러설 수 없는 게 있다. 2년 가깝게 들인 노력을 특별한 이유도 없이 무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재명 정부는 ‘가덕도신공항의 차질없는 준비’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공기를 대폭 늘려주는 게 차질없는 준비라 말할 수 없다. 계획과 예상한 대로 진행하는 게 차질없는 준비다. 현대건설의 108개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게 국토부다. 이제 와서 업체들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현대건설은 왜 배제했나는 의문이 든다. 국토부가 조만간 입장을 내 이런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공단을 활용해 여론 눈치보기를 했다면 부산시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신의 잃은 행정이 설 곳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