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말이 있다. 지루한 겨울이 가고 반가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지금이 그때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세상에 다시 찾아온 봄은 귀한 손님 같은 계절이다. 들판의 봄나물은 희망과 새 생명이다. 이맘때, 복이 온다고 하여 부서진 흙벽과 갈라진 아궁이를 손질했다. 새로운 시작이고, 봄을 맞이하는 기쁨이었다. 본디 3월은 겨울보다 더한 꽃샘추위가 함께하지만, 봄은 어김없이 불쑥 다가온다.

이 계절의 대명사는 역시 들꽃과 산나물이다. 산나물을 즐겨 먹는 우리 문화는 오랜 역사적 배경과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서양에서는 일부 산나물의 독성으로 식용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전통 식문화로 정착시킨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 한국은 산이 많은 지형이고, 사계절이 뚜렷해 봄철에 다양한 산나물이 자생하는 환경이 형성되었다. 겨울 동안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봄이 되면 새롭게 돋아나는 산나물은 참 반가운 반찬이 되었다.

둘째, 전통적으로 한국은 벼농사가 중심인 농경사회이지만, 근대까지도 기근이 자주 발생했고,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산나물이 중요한 보조 식량이 되었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산나물을 많이 섭취했다는 기록도 있다. 셋째, 삼국시대 이후 불교가 전래되고 육식을 제한하는 식문화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고사리 취나물 두릅 민들레 등은 사찰 음식에서 중요한 식자재가 되었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산나물의 독성을 제거하는 다양한 조리법을 발전시켜 왔다. 삶고 말리고 발효와 염장을 하여 장기간 보관하는 기술이 그것이다.

넷째, 한의학에서 산나물은 건강에 이롭다고 여겨져 왔다. 쑥에는 칼슘 섬유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봄철에 약해지기 쉬운 면역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다. 달래는 다섯 가지 맛을 가진 채소로 ‘오신채’라 불리며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는 효능이 있고, 도라지는 기관지 건강에 도움을 준다.

돌이켜 보면, 오랫동안 재래식으로 치부되고, 배고픔을 해소했던 산나물이 한국의 전통 식문화로 인식된 것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확산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영향이 컸다. 이후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고 예방의학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질병을 예방하고 체력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채소와 건강 기능식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최근 유수의 연구기관에서 평소 건강을 위한 식습관을 하나 이상 실천하는 사람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가장 높은 실천 사례가 ‘채소 섭취와 야식 줄이기(47.9%)’이고 다음이 ‘건강기능식품 섭취(45.9%)’였다.

최근에는 20대 청년도 체중과 혈당 관리를 한다. 웬만한 가정에 비타민 홍삼 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이 가득하다. 운동 부족과 가공식품의 과다 섭취로 많은 사람이 건강 문제를 고민하고 있으며, 한국의 전통 식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채소 요리나 발효 음식이 대표적이다. 건강에는 좋을 수 있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익숙하지 않거나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다. 특히, 산나물 특유의 질감이나 약간 쓴맛은 부담이 되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새로운 조리법과 퓨전 요리를 활용해 젊은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산나물 샐러드와 페스토 소스를 파스타와 빵에 활용하고 스무디와 건강 주스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산나물 추출물이나 건조 분말을 이용해 캡슐, 파우더, 젤리 등의 형태로 가공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면역력 강화, 항산화 작용, 혈액 순환 개선 등 다양한 건강 효과가 장점이다. 산나물이나 채소를 말려 우려낸 전통차는 자연 그대로의 맛과 효능을 자랑한다.

전통 산나물의 대량 생산과 다양한 건강 기능식 가공 시스템이 지금보다 더 구축되면, 재배 농가의 부가가치가 상승하고 다양한 신산업의 성장이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적 유발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최근 한국 전통 식문화의 우수한 영양과 건강 효과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더욱이 역사적 ‘전통 K-푸드’가 새로운 가치와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