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범죄로 가득 찬 사기’라고 비판할 정도로 가상화폐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재선 도전 이후 우호적 입장으로 바뀌었다. 2022년 12월 대체불가능토큰(NFT) ‘트럼프 디지털 트레이딩 카드’를 출시해 큰 수익을 얻은 게 계기다. 이틀 만에 4만4000장을 완판시켜 450만 달러를 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에서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월 행정명령을 통해 가상화폐 자산을 관리할 실무그룹 창설을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화폐를 선호하는 배경에는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 알트코인 등 가상화폐 위상이 커질수록 달러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 많이 발행되고 사용될수록 달러 수요가 증가한다. 오히려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셈이다. 또 미국 정부 부채 해결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나온다. 코인 가격을 띄우고 이를 활용해 미국 빚을 줄인다는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화폐 전략 비축 방침을 지난 2일 밝혔다. 정부가 범죄자로부터 압수한 비트코인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며 정부 예산을 활용해 가상화폐를 추가로 살 수 있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비축 대상 가상화폐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카르다노 등이 지목됐다. 이들 가상화폐 가치는 단숨에 급등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환호했으나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일부 큰손만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가총액 1·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포함된 것은 이해되나 나머지 밈코인(유행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가상화폐)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내부자 거래를 의심한다. 트럼프 대통령 장남과 차남이 가상화폐 플랫폼 업체 소속인 것도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전 자신의 이름을 딴 밈코인을 발행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미 행정부의 가상화폐 전략 비축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러시아 중국 호주 등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가상화폐에 관한 국가적 관심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도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국제적 수준에 맞추는 등 관련 제도와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