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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난장] 다양성이 미래다

정치·경제·문화 혁신 열쇠, 다름 가치 수용 노력 절실

옳고 그름식 접근은 금물, 제도 정비 창의적 활용을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2-01 19:53:1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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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자는 다양성에 대한 찬사이자 인간 본질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어요. 모두가 다르다는 것은 우리의 결정적인 본질입니다.” 지난 9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3 봄여름 밀란 패션위크’에서 런웨이에 설치된 400개의 형형색색 레진 의자들에 대한 언급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산업디자이너인 가에타노 페세가 만든 이들 의자는 각기 다른 개성을 반영해 모두 다른 디자인으로 돼 있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다양성이 미래사회를 향한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생물 다양성, 유전자 다양성, 정치적 다양성, 다양성 관리, 다양성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다양성이 키워드로 부상했다. 다양성은 모양 빛깔 형태 양식 등이 여러 가지로 많은 특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구적 차원에서 보면 생물 다양성은 우리가 지속가능한 생존과 발전을 하는 핵심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덴마크 정치드라마인 ‘보르겐’을 보면 정치적 다양성이 어떤 모습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다수의 정당이 협상을 통해 정부를 구성하는 장면은 승자독식에 젖어 있는 오늘날 한국 정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덴마크도 과거에는 연립정부를 만드는 방식이 비교적 단순했으나, 최근 정당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연정 방정식이 훨씬 복잡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덴마크 국민의 만족도는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에서도 최근 들어 다양성 관리(diversity management), D&I(Diversity와 Inclusion)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변화가 빨라짐에 따라 혁신과 유연성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다. 다양성을 관리하게 되면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개인들이 서로 창의적인 생각과 다양한 경험을 교류하게 된다. 다양한 고객에 대한 이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인적자원의 폭이 확대되고 직무 만족도가 높아지는가 하면 소통이 원활해진다.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로 바뀌면서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문화의 다양성은 언어 의상 전통 도덕과 종교에 대한 생각 등 사람들 사이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세계화로 국경을 초월해 물질적·비물질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 교류는 문명을 만들어왔고, 다양성이야말로 미래를 향한 변화와 성장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면 사회가 더욱 발전하고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최근 열린 글로벌인재포럼에서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은 대학경영의 원칙으로 ‘다양성의 바닷속으로: 대화로 미래를 창조하다’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후지이 총장은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고 배우고 과제와 해결책을 공유하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지이 총장은 “대학 내부의 대화는 물론 대학 외부에 있는 많은 사람과의 소통과 교류가 필수적”이라면서 “다양성이 현재의 문제를 돌파하는 열쇠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그가 제시한 자료사진을 보면 도쿄대 이사회 멤버 9명 중 5명이 여성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아는 기존 상식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다. 성비에 대한 고려는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원해 추진하는 사학혁신지원사업을 진행하는 대학에서 법인 이사회의 구성에서 성비를 고려한다는 내용을 도입하는 사례가 그것이다.

지난 11일 서울에서 열린 제121회 해양정책포럼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해양수산업계 최고경영자, 정부부처 고위관계자, 공공기관, 학계,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특히 해운 항만 수산 해양과학 환경 등 각 분야의 전문가 80여 명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성황을 이루었다. 그러나 여성은 유일하게 1명 참석해 해양이 여전히 ‘금녀의 영역’인가 하는 아쉬움을 갖게 했다. 해양수산이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거창한 사업보다는 여성의 참여를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일 것 같다.

다양성이 우리 사회에서 수용되고 활용되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적 차원의 노력과 함께 지역사회 대학 개인 등의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성으로 가는 변화의 흐름을 거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수용해야 한다. 우리 사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정부와 민간 차원의 교육이 있어야 한다. 다양성이 제고되고 창의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무엇보다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의식이 정치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자리 잡아야 한다.

여든이 넘은 가에타노 페세는 이렇게 외친다. “우린 모두 독창적인 존재이고, 원조와 독창성의 힘이 우리를 구제할 미래입니다. 매일 똑같은 것만 본다면 우린 죽을 거예요.”

이동현 평택대 총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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