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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풍자의 위기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22-10-05 19:38:3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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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諷刺). 부조리한 현실을 직접 꼬집지 않고 우스꽝스럽게 비틀어 표현함으로써 웃음을 자아내는 행위를 말한다. 풍자는 예술의 본질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문학에서 그 기원을 본다. “시에는 육의(六義·한시의 여섯 가지 문체)가 있는데 그 하나를 풍(風)이라 한다. 상(上)으로써 하(下)를 풍화(風化·교화)하고, 하로써 상을 풍자한다. 이를 말하는 자는 죄가 없고, 듣는 자는 훈계로 삼을 가치가 있다”는 ‘시경’의 글귀가 그것이다. ‘캉디드’ 등 볼테르의 풍자문학을 중심에 놓지 않고는 프랑스 계몽주의를 논할 수 없듯이, ‘양반전’ ‘호질’ 등 연암 박지원의 풍자문학 또한 조선조 실학사상의 뼈대를 이룬다.

‘크레용을 잡은 몰리에르’로 불리는 오노레 도미에에 이르면 풍자는 그림의 한 장르로도 자리잡는다. 도미에는 풍자 대가인 희극작가 몰리에르처럼 4000여 점의 풍자화로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위선과 부정부패를 해부했다. 엄청난 세금 인상에 대한 항의 표시로 그린 ‘가르강튀아’는 특히 유명하다. 그는 이 작품에서 국왕 루이 필리프 1세를 가난한 백성이 바친 금화를 먹어치우는 살찐 대식가로, 정치인은 국왕이 남긴 쓰레기를 두고 싸우는 인물로 묘사했다. 이런 역사가 쌓여 풍자화는 오늘날 카툰 등으로 일상화됐다. 풍자 없는 카툰은 팥소 없는 찐빵과 같다. 신문 만평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그런 카툰의 본령을 규제하고 나섰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 출품된 ‘윤석열차’를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 조치를 내린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고교생이 그린 이 작품은 윤 대통령 얼굴을 한 기차를 김건희 여사가 기관차에서 조종하고, 뒷열차에는 법복을 입고 칼을 든 사람들이 타고 있는 모습이다. 문체부는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고 했다. 창작 의욕을 고취하려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데, 되레 제한하고 있으니 궤변이 아닐 수 없다. ‘풍자의 위기’다.

윤 대통령이 가장 선호하는 말이 자유다. 그는 취임사에서 “개인의 자유 침해를 방치하면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가 위협받게 된다”고 했다. 문체부가 만화영상진흥원을 문책하려는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취임사에서 한 말이 진심이라면 문체부에 경고 조치 철회를 지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말은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풍자의 위기가 자유와 신뢰의 위기로 비화하고 있다.

이경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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