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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의 그늘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9-21 19:58:1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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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의 장기파업이 종료됐다. 정확히는 하이트진로의 자회사 수양물류의 화물차 지입차주들로 구성된 화물연대의 장기파업이 종료됐다. 화물연대는 몇 가지 점에서 특이한 성격의 조직이다.

우선 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지 않았다. 대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의 산하 지부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설립 절차를 마쳤다. 이 역시도 합법적인 설립 방식이다. 산업별노동조합의 지부는 흔히 이런 방식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한다. 이 경우 노동부의 신고필증이 아닌 산별노조 가입 인준증을 받는다. 합법노조가 아니라는 주장은 괜한 트집이다. 또 하나의 특이점은 화물연대 조합원의 고용 형태에 기인한다. 이들은 사업체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닌 지입차주들이다. 지입제는 운전자가 화물차의 소유주이지만 법적 명의는 운송업체로 되어 있는 제도다. 운송업체로서는 직접 고용을 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노무관리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지입차주는 운송업체가 아닌 자기가 구입한 차를 운전하므로 자영업자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은 운송업체에 배속돼 있고, 운송업체의 차량 번호판을 단다. 운송업체는 화물 주인으로부터 운송료를 받아 수수료를 뗀 나머지를 보통 한 달 뒤에 지입차주에게 지급한다. 사실상 운송업체에 직고용된 노동자와 다를 것이 없다. 이런 특징 때문에 화물연대의 파업은 불법파업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운송업체가 화물연대를 교섭의 상대로 보려고 하지 않고, 파업이 장기화하는 특징도 있다. 합의서에 아예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2009년 대한통운 광주지사에서 벌어진 화물연대 파업의 합의서에 이름을 올린 것은 화물연대가 아니라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였다.

그런데 가장 특이한 점은 화물연대의 요구가 대부분 국가가 정책적인 결정을 해야 해결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는 화물차 운송이 지입제라는 기반 위에 서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임금인상 요구조차 안전운임제라는 제도적 요구로 나타난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대부분 사업장이 아닌 전국적 단위에서 일어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달려보면 차선을 넘나드는 화물차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화물연대에 의하면 이들이 졸음운전을 하는 것은 운송업체 간의 무리한 경쟁으로 운임이 낮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운임이 현실화한다면 과로 과속 과적을 할 이유가 없고 도로도 더욱 안전해지리라는 것이 이들이 안전운임제를 요구하는 이유다. 안전운임제라는 이름도 교통안전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이라는 의미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져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개정을 통해 안전운임제가 도입된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화물기사 화주 운송업체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안전운임위원회가 안전운임을 결정해서 공시하면 화주와 운송업체는 이를 따라야 한다. 일종의 최저임금인 셈이다. 이 제도 시행 이후 화물노동자의 임금상승, 운송시간 단축 등 실질적인 개선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한 일몰제는 올해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3년 이후로 미뤄졌다.

그런데 일몰제 폐지를 내건 화물연대의 파업이 끝난 이후에도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은 파업을 지속했다. 이유는 다소 충격적이다. 안전운임제라는 거창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모든 화물차에 적용되지 않고 시멘트 품목과 수출입 컨테이너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주와 맥주를 실어 나르는 이들에게 안전운임제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이들이 운송료 30% 인상을 내걸었던 것에는 이런 그늘이 있었다.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운송료는 동결됐고 요소수 대란, 경유가 폭등 등으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상조회를 통해 협상했으나 새로 부임한 대표는 그간의 대화를 백지화했다. 참고 참던 이들이 올해 3월 마지막 믿을 언덕으로 찾은 것이 화물연대였다. 손배가압류는 120일간의 처절한 파업을 원점으로 돌렸다. 운송료 5% 인상, 손배가압류 철회라는 초라한 성적표가 남았다.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의 파업으로 알게 된 진실이 비슷한 처지 노동자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곽태원 한국노동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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