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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진짜 비상, 국민의 비상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9-06 19:43:0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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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非常)의 뜻풀이는 ‘뜻밖의 긴급한 사태 또는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신속히 내려지는 명령’ ‘예사롭지 아니함’ ‘평범하지 아니하고 뛰어남’이다. 이 비상이 대한민국 정당에 유행이 된 듯하다. 정당 마다 강도와 범위의 차이는 있지만 한결같이 ‘긴급한 사태’ ‘예사롭지 아니함’에 매달리고 있다. 나아가 이런 비상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엮어나가는 ‘뛰어남’의 재주까지 부리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국민은 이 비상을 수시로 목도하고 있다.

각종 선거에 지면 일단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든다. 선거에 졌으니 비상상황이라는 것인데 선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선거에 졌으면 일단 비상이라는 것은 승자 독식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력싸움의 정치구조, 정당 체질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진 민주당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일괄 사퇴하고 비상으로 들어갔다.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대선 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20대 위원장을 포함, 기존 비상대책위가 물러나고 또 새 비상대책위를 꾸렸다. 비상의 연속이었다. 여기에다 비상 상황에 책임을 진다고 물러난 대표는 3개월 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평범하지 않은’ 비상한 모습을 연출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당연한 듯 되풀이되는 이런 행태는 국민의 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말 비상한 것은 대선과 지방선거에 연거푸 승리한 여당, 국민의힘이 비상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힘은 사상 최초 30대 당 대표 선출이라는, 그 자체로 한국정치와 정당 역사에 남을 만한 사건을 일으켰다. 이런 과정이 탄핵당한 대통령이 속해있던 그 당을 5년 만에 대선 승리로 재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협심해서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고 물가고 등으로 힘든 국민 생활과 나라살림을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할 마당에 거꾸로 갈등을 폭발시키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문자메시지 사건으로 얽히는 상황에 다다르고 있으니 집권 초기 여당의 모습 자체가 비상이다. 사법부까지 끌고 가더니 비상상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자 당헌을 바꾸어 스스로 비상상황을 반복적으로 만들고 있는 모습 자체가 비상이다. 여야 할 것 없이 내부 권력 다툼, 주도권 쟁탈로 인한 자기들끼리의 비상이다.

진짜 비상은 무엇인가? 국민의 비상은 무엇인가? 인구소멸 위험 시·군·구가 2015년 33곳에서 2021년 106곳으로 3배 이상 증가하는 현실(한국고용정보원 발표), 부산의 16개 구·군 중 소멸 우려 2곳, 소멸 선제대응 필요지역 6곳인 현실(한국산업연구원 발표), 대부분이 비수도권인 지방소멸의 위기다.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 교수는 2305년에 한국에 남자 2만, 여자 3만 명이 남아 첫 인구소멸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현실, 국가존립의 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반도체 인재 양성을 명분으로 수도권 대학 정원 늘리기, 산업입지 규제개선을 명분으로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 면적 확대 및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의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 신·증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완화 규제개혁을 내세워 수도권 초집중을 부추기는 반균형발전 정책, 지역 현장의 의사는 무시한 채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탁상공론식 반분권 정책이 국정 목표인 지방시대를 내팽개치고 있는 작금의 대한민국이 비상인 것이다.

무엇보다 집권 여당 국민의 힘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집 안 권력 다툼에서 집 밖 국민의 따가운 눈으로 당장 시야를 돌려야 한다. 지역대학의 고사와 지역 소멸의 절박한 현실 타개를 위해 밤을 새워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중앙과 지방의 이분법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 싶다.

다수당인 민주당 역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모든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치권, 그들만의 비상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대선 때부터 약속했던 다당제 연합정치의 선진 정치체계 마련에 나서야 한다. 2024년 총선 이후부터는 그런 비상을 보지 않아도 되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 싶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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