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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가곡’이 뭐예요?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8-24 20:12:2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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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딸아이가 뜬금없이 묻는다. “2학기에 가창 시험을 치는데요. 뭘 불러요?” 대뜸 난 “가곡이 아닐까?” 돌아온 답은 “가곡이 뭐예요?” 6살 때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쳐온 아이가 가곡을 모르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때마침 테너 양승엽의 ‘우리 가곡 시즌 2’가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옳다구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랬지. 딸에게 가곡 연주회에 가자고 했다. 양승엽의 ‘라트라비아타’ 공연을 같이 본 적이 있고, 당시 사은품으로 ‘우리 가곡 연주회 시즌 1’을 받았다. 물론 어떤 이유에선지 그만 그 공연은 놓쳤다. 현제명의 ‘희망의 나라로’를 필두로 하여 작년에 타계한 이수인 선생의 ‘그리움’ ‘별’ ‘내 맘의 강물’ 같은 주옥같은 노래가 연주되었다.

뒤이어 양승엽의 선배로서 독일 바이마르 국립극장 정단원으로 활동하는 베이스 가수 이창훈의 노래가 이어졌다. 이창훈은 ‘가고파’와 ‘잔향’을 노래했다. 중후한 베이스 음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뿔싸, 평소에 볼 수 없던 해프닝이 벌어졌다. 뒤 이어진 곡은 ‘눈을 감으면’과 ‘가을 아이’였다. 성장이 빠른 아이와 성장이 느린 아이를 기르는 엄마가 쓴 글에 손성민이 쓴 곡을 양승엽이 노래했다. 아니 읊조렸다. 그의 읊조림엔 뜨거운 눈물이 배 있었다. 토크쇼를 진행하던 해설자는 연주를 중단시키고 ‘성장이 느린 아이’를 그의 가슴에 안겼고, 어렵사리 노래를 마쳤다.

필자 역시 똑같은 경험이 있다. 2019년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있었던 박종철 열사 추모식에서 정호승의 시를 노래로 만든 곡을 이민환 지휘자가 편곡한 ‘부치지 않은 편지’를 노래했다. 고등학교 후배인 박종철과 먼저 세상을 뜬 아내가 겹쳐 떠오르며 가슴을 후벼팠다. ‘산을 입에 물고 나는/눈물의 작은 새여/뒤돌아보지 말고/그대 잘 가라/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산을 입에 물고 나는/눈물의 작은 새여/뒤돌아보지 말고/그대 잘 가라/그대 잘 가라’에서 그만 참고 있던 울음보가 터졌다. 과연 감정에 프로가 어딨으며, 아마추어가 따로 있겠는가.

그는 ‘도라지꽃’ ‘내 영혼 바람 되어’ ‘시간에 기대어’를 끝으로 ‘우리 가곡 시즌 2’를 감동적으로 마쳤다. 우리 박종철합창단의 반주자 김현정의 열정적인 피아노 반주는 빼놓을 수 없는 백미였다.

딸은 내쳐 을숙도문화회관에서 열린 ‘한 여름밤의 을숙도’ 연주회를 2장 예약했다. 비록 좌석은 2층이었지만, 감동은 1층에 못지않았다. 부산 성악가협회와 드림 문화 오케스트라가 주관한 연주회였다. 레퍼토리도 다양했다. 우리 가곡 오페라 민요 뮤지컬 등.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서곡을 오케스트라가 열었고, 허동권의 ‘무정한 마음’, 양승엽의 ‘그라나다’ 등 각종 오페라가 연주되었고, 특히 베이스 권영기는 ‘사랑의 묘약’ 중 ‘가만히 들어봐요’는 청중들이 배를 잡고 웃을듯한 코믹 연주였다. 피날레는 역시 테너 임성규 허동권 양승엽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Nessum Dorma(공주는 잠 못 이루고)’였다. 연주회가 끝나고 앙코르송으로 두 곡이 연주되었다. 모든 출연진과 관객이 어우러진 떼창을 부를 때는 말 그대로 ‘한여름 밤의 꿈’을 꾸는 듯했다.

‘라떼’를 운위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음악 시간이 즐거웠다. 가곡집에 나오는 노래를 하나 배우면 꼭 나의 독창으로 수업이 끝났다. 동요에서 바로 가요로 옮겨가 버린 아이들을 어찌 탓하랴. 아도르노나 벤야민과 같은 프랑크푸르트학파들이 ‘대중문화(popular culture)’를 일컬어 ‘문화산업(culture industry)’이라 일찍이 간파했으니.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은 앞다투어 눈길을 끌만 한 각종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TV 조선이 그 포문을 열었고. 트로트 열풍이 일었다. JTBC의 ‘팬텀싱어’가 또 다른 유의 예증이다.

딸아, 아빠가 부탁이 하나 있어. 혹시 가창 시험에서 지정곡이 아니라 자유곡으로 부르라면, 네가 꼭 부르고 싶은 우리 가곡을 불러보지 않으련? 소프라노 강태경이 부른 ‘아름다운 나라’, 어때?

김동규 김해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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