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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지역소멸이 아니라 망국이다

인구 감소·고령화 위기…지방 소멸로 축소·왜곡

국가존망 걸린 핵심과제…정부, 귀 열고 대책 내야

  •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
  •  |   입력 : 2022-07-31 19:01:39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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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국민이다. 국민 영토 주권이 국가의 3대 구성 요소라지만 핵심은 국민이다. 국민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 국민이 있다면 영토와 주권은 회복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경험도 갖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 소멸은 곧 영원한 망국(亡國)이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망국시계’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 총인구는 517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1000명(-0.2%) 줄었다. 총인구(외국인 포함)가 준 것은 정부 수립 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72년 만에 처음이다. 내국인의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추월하는 ‘인구 데드크로스’는 이미 2년 전부터 시작됐다. 전체 인구가 줄었는데, 수도권 인구는 늘었다. 그만큼 비수도권의 인구 감소 속도가 가파른 것도 통계로 확인된다.

인구 감소 속에서 수도권 인구가 늘어나고 비수도권 인구가 급감하는 것은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중앙정부와 정치권, 언론은 비수도권의 인구 급감을 두고 ‘지방소멸’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도권의 인구 감소도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이 통계는 보여준다. 인구를 빨아들일 지방이 소멸하면 수도권의 붕괴도 시간문제이다. 인구문제는 지방소멸이 아니라 망국이라고 보는 것이 더 본질적이고 정확한 표현이다.

인구위기를 중앙정부와 정치권, 언론이 굳이 ‘망국’ 대신 ‘지방소멸’로 명명한데는 두 가지의 프레임이 작동한다. 수도권이 곧 국가라는 지독한 수도권 중심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왕조시대와 식민시기를 거치면서 형성된 중앙집권적 사고는 인구위기를 지방의 문제로 한정하는 왜곡을 서슴치 않는다. 수도권만은 건재할 것이라는 오만이다. 지방은 비효율이라는 시각도 작용한다. 지방에 10을 투입하는 것은 퍼주기이며 낭비고 수도권에는 10을 투입하면 100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이다. 수도권에 국가적 정책지원과 재정투입이 집중되는 이유이다. 사실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으로 야기되는 헤아리기 힘든 국가적 부담은 애써 외면한 탐욕일 뿐이다.

중앙정부와 정치권, 언론이 망국 대신 지방소멸로 치부한 인구문제가 제대로 풀릴 리 없다. 인구가 넘치는 수도권에 코를 박고 있으니, 인구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에 대한 체감이 낮다. 그저 어딘가 지방 하나의 문제로 치부된다. 인구문제의 원인진단, 대책이 겉돌 수 밖에 없다.

증명한다. 인구문제에 대한 국가 통계와 전문가의 분석은 망국의 위험신호를 보낸 지 오래다.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과정에서 인구와 미래전략TF를 가동하면서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한 국가적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3개월 가까운 동안 정책과 집행을 확대·강화했다는 소식은 없다. 국가 인구정책을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다룰 새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기획재정부의 인구위기대응TF를 유지하는 선에서 멈췄다. 전 정부에서 해 온 거기까지다. 정부의 인구정책을 이끄는 대통령 소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진두지휘하는 부위원장은 현 정부 출범이후 공석이다. 인구감소를 완화할 대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인구감소는 인구구조 변화로 이어진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적응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보이지 않는다. 연금·노동·교육·복지 등 사회전반의 틀을 다시 짜겠다는 약속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인구감소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지를 따져보고 대책을 세우는 일은 중단됐다. 이런 일을 다뤄온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서형수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저출산의 원인을 ‘지나친 격차·경쟁·집중’으로 진단한다. 균형발전 해법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인구는 세대(Generation) 문제이다. 30년 단위의 긴 호흡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정책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정당과 정파 특정 정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과제인데도 국회에 그 흔한 인구대책특위 하나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인구문제에 대응할 법체계와 거버넌스를 새로 마련하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묵살됐다. 한국법제연구원이나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인구위기 현실과 대책을 내놔도 정부와 국회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망국에 대비하는 미래 국가과제를 이렇게 다루는 정부와 정치권을 지켜보는 국민의 눈길이 어떤지는 입에 올리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림 박사는 “정치권이 정쟁은 하더라도 한국의 미래가 걸린 인구위기 대책만은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 늦기 전에 국가소멸을 멈출 범국가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책임을 회피하면 후대로부터 매국보다 더한 망국의 책임을 져야 할 지 모른다.

손균근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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