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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끝까지 정의의 편에 선 사람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7-12 19:47:50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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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연세대 학생 3명이 임금과 처우 개선을 위한 청소노동자 시위가 수업권 방해라고 소송을 제기해 화제가 되었다. 고소한 학생 중 한 명은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불법 시위로 1학기 내내 수업을 방해’ 받았으며, ‘시위 소음 때문에 정신적 피해도 입었다’며 정식으로 시위대를 고발했다. 연세대 나윤경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수업계획서를 통해 이 사건을 비판했고,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나 교수는 노력과 성과에 따른 차등 분배가 공정한 것이라고 말하는 능력주의적 발상을 가진 이들이 “누군가의 생존을 위한 기본권이나 절박함이 나의 불편함과 불쾌함을 초래할 때” 자신의 이익이 침해받는다고 느끼면 “사회나 정부 혹은 기득권이 아니라 그간의 불공정을 감내해 온 사람들을 향해 불공정이라고 외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의 의무는 학교에 있음에도 청소노동자에게 자신의 권리를 빼앗았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공정감각이냐고 물은 것이다.

이후 재학생 중 청소노동자에 연대를 표현하는 집회나 대자보가 붙기도 하고, 연세대 출신의 변호사들이 청소노동자 소송을 맡는 등 사건은 아직 진행 중에 있다. 이 문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학교 측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결국 살기 위해 목소리를 낸 청소노동자들은 계속 고통 속에 있을 뿐이다. 이번 고소 사건에서 몇몇 학생을 지탄할 것이 아니라, 지성이 모여 있는 대학교에서조차 인간이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반성하지 않았던 지난 시간들이 만든 시대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 사건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폴 파머다. 지난 2월 급성심장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폴 파머는 국제 보건과 공공 의료에 온몸을 바친 사람이었다. 하버드대에서 의학과 사회인류학을 함께 전공한 폴 파머는 ‘왜 가난한 사람에게 질병은 찾아오는가?’라고 질문하며 모든 질병은 사회적이라고 말했다. 가난한 이들에게 약 하나 주는 것으로 그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가난한 그들의 삶은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었고,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것의 대가는 질병과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구조적 폭력에 맞서 싸워야 했고, 1987년 ‘동반자 정신’을 내세운 ‘건강의 동반자들(PIH)’을 설립해 전 세계 가장 열악한 곳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해냈고 살려냈다.

폴 파머는 항상 비용효율성과 합리성을 말하는 사람들을 맹렬히 비판했다. “가난한 사람에게 ‘최소한의 기본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라 미안해야 할 일”이라며 “합리성의 강철 우리에 갇혀 상상력이 빈곤해지면 결국 냉소와 무관심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2006년 유니언 신학교에서 메달을 수여하는 자리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신의 자비를 베풀 수 있다면 기꺼이 비이성적이고 고집불통인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며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곁에 끝까지 서 있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이 세계에 대한 책임이자 의무였기 때문이었다. 이토록 발전한 시대에 간단한 치료마저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용인할 수 없는 문제였다. 자신이 누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과도한 고통 역시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3월 12일, 보스턴 트리니티 교회에서 열린 폴 파머 추모식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PIH 공동창립자인 김용은 추도사에서 폴 파머를 ‘이 세계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완수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김용은 폴 파머를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리며 ‘이 세계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폴 파머가 남기고 간 질문을 모두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이 세계에 대한 나의 책임이 나에게 운 좋게 주어진 권리를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의 고통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닐 것이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세계에 대한 나의 책임은 무엇인가? 서로를 혐오하고 증오하는 시대로 가지 않기 위해 이 질문에 삶으로 답해야 한다. 그 과정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폴 파머가 생전에 남긴 이 말을 가슴에 품고 말이다. “지치지 않기를, 무능하다며 서로를 비난하지도 않기를,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이윤영 인디고잉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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