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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청년팔이’ 그만, 제대로 듣기 먼저

우리 사회 잦은 청년 ‘호출’ 정작 그들 목소리 ‘타자화’

책 ‘청問청答’ 두껍게 읽기, 뾰족·무해한 대화 경청을

  •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   입력 : 2022-06-26 19:57:5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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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9일 시행된 20대 대선을 앞둔 시점.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간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소폭 앞서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세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게 궁금했다. 왜 이대남은 그렇게 반응하는지. 한 이대남에게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글쎄요? 여가부(여성가족부) 폐지 한 줄 공약이 아닐까요?” 기성세대에 속하는 기자로선 의아할 따름. 툭 튀어나온 반응이 “그게 말이나 돼요?”였다.

그런데 ‘말이 됐다’. 2022 대선 당일 성별·연령별 출구조사(KBS·MBC·SBS 방송 3사) 결과 20대 이하 남성에서 윤 후보의 지지도는 58.7%로, 36.3%의 이 후보와 큰 차이가 났다. 정반대로 20대 이하 여성에서는 이 후보 58.0%, 윤 후보 33.8%의 지지도를 각각 보였다. 이는 6·1 지방선거도 마찬가지. 2030 세대 남녀의 지지 정당이 극명하게 갈렸다. 지방선거 당일 KBS·MBC·SBS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의하면 20대 이하 남성의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65.1%, 민주당 32.9%이었다. 반면 20대 이하 여성 중 66.8%가 민주당에, 30.0%는 국민의힘에 표를 줬다. 올해 두 차례 선거에서 방송 3사의 출구조사는 ‘족집게 예측’으로 확인됐다. 실제 득표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청년세대는 정치의 영역(각종 선거 투표)에서 보수 진영보다는 진보 진영을 더 선호하고 옹호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물론 기성세대의 시각이다. 하지만 지금 청년세대의 생각은 다르다. 그것도 너무나 다르다. 어떠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어렵다. 2030 세대는 도대체 어떻게 세상을 읽고, 생각하고, 살아갈까.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꺼내 든 책이 ‘청問청答’(부산문화재단 엮음·인디페이퍼 펴냄, 2021.12)이다. 부산청년문화백서라는 부제가 붙은, 말 그대로 ‘청년이 묻고 청년이 답하다’는 책이다. ‘호모소셜리쿠스’, ‘로컬리티, 청년’ 등 전체 5부 10장으로 꾸며졌다. 청년작가 7명이 대담자 78명의 목소리를 정리하고 각 장의 발문을 썼다. 청년문화 현장에 참여 중인 시민 26명도 부산의 청년문화에 관한 글을 보탰다. 스태프까지 포함하면 총 108명이 목소리를 냈다. ‘부산’이란 테두리만 걷어내면 이 책에서 우리나라 청년세대가 딛고 있는 자리를 알 수 있다. 그들이 부딪힌 어제와 마주하는 현실, 고민하는 미래, 그리고 좌절과 희망을….

사실 우리 사회는 여러 방식으로 청년을 불러내 그들을 규정하고, 정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청년 당사자들이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이야기 나눌 기회는 많지 않다.”

청년의 목소리는 거침이 없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 사회는 무례하고 소모적으로 청년을 대하고 있습니다. ‘왜 못하느냐?’부터 시작해 ‘왜 도와줘도 이 정도밖에 못 하느냐?’고만 말합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같이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습니다.”

“청년을 대상으로 가혹한 평가서를 가지고 나열해 주요 결정권자 중심으로 소비하고 있는 게 사실이죠.”

“(청년이라고 해서) 도전의식이나 열정을 강요받죠.”

“청년들이 더 많은 사회적 참여를 하려면, 청년 본인들이 사회 정책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청년정책은 탁상공론이거든요. 기성세대의 관점은 지금의 청년들과 너무 다르거든요. 청년의 삶을 청년이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좋은 정책이 나와요.”

“2만 개 일자리에 2만 명을 넣고 나서 끝. 그게 우리 사회가 청년을 바라보는 시각인 것이죠. 청년 창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돈 줄 테니까 창업하고 일자리 만들어서 고용 창출해’라고 간단히 주문합니다. 제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였어요. 처음에 모였던 30명의 창업자 중 2년이 지나니 6명만 남았습니다. 떠난 사람 중 절반은 폐업하거나 부산에 없는 거예요. (…) 등 떠밀고 지원해 줘서 창업 성사시킨 청년도 떠난단 말이죠. 그런 것에 대해서는 실무자들이 관심이 없는 겁니다. 실제로 청년들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이런 얘기를 듣다 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국제시장 청년몰’, ‘ 애물단지 청년몰, 690억 들였지만 30% 문 닫았다’ 등의 언론 보도가 오버랩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청년을 밀어 넣기만 한 결과다. 청년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호출’에 열중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기성세대의 입맛에 맞추었을 따름이다.

기성세대가 청년을 ‘도전정신 없이 일자리만 바라는 존재’로서 타자화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때다. 그러니 이 책은 ‘두껍게’ 읽기를 권한다. “뾰족하지만 무해한 대화”를 차근차근 들어봐야 한다.

오광수 편집국 부국장·걷고싶은부산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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