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을 훌쩍 넘겼다. 처음 이것이 왔을 때 이렇게 길게 머물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 사이 사람들은 얼굴의 반을 가렸고, 친구들을 멀리했으며, 얼굴을 가리지 않는 사람을 ‘증오’, 혹은 ‘혐오’했다. 미국에선 동양인과 히스패닉계에 대한 혐오범죄가 증가했으며, 한국 역시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수시로 등장했다.

#장면 1

지하철에서 한 노인이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다. 한 청년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라고 지적한다. 노인은 니가 뭔데 ‘이래라저래라’하느냐며 발끈한다. 둘이 싸운다. 나이도 성별도 지역도 직업도 필요 없다. 오직 마스크를 쓴 사람과 쓰지 않은 사람만의 경계선만 남는다.

#장면 2

버스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를 벗고 누구와 통화를 한다. 한 노인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라고 역정을 낸다. 여성은 당신이 뭔데 ‘이래라저래라’하느냐며 화를 낸다. 둘이 싸운다. 사람들이 일제히 여성을 쏘아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성은 개의치 않는다. 버스가 멈추고 기사가 나선다.

물론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을 일이 없을 것이다. 이 두 사건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좀 더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코로나19는 공포와 혐오와 불안과 증오를 더 크게 불러왔다. 전염병도, 전쟁도, 폭염과 혹한도 가난한 사람들을 가장 먼저 죽이고, 가난한 사람들끼리 서로 증오하고 혐오하게 만든다는 건 상식이 됐다.

나는 여전히 모르겠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왜 생겨났을까? 참 우문이다. 생물학적 의학적 사회경제적 생태적 분석들이 있긴 하지만 그 무엇도 딱 이것 때문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태풍이나 지진, 폭염이나 한파와 같이 코로나 역시 생겨날 까닭이 있어서 생겨난 자연 현상이라는 것이다. 다만 인간이 그 까닭을 모를 뿐이다.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 하나를 빼고는 아무도 이것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나 ‘죽음의 공포’는 다른 처지와 입장, 사소한 일탈, 확인할 수 없는 가능성마저 모두 짓누르는 유일한 잣대가 되고, 그 불확실성 위에서 타자를 혐오해도 되게끔 만들어버렸다.

이제 우리는 그 막연했던 공포를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기며 다시 마스크를 벗으려 하고 있다. 아직 혐오와 증오를 씻어내지 못했지만, 익숙해진 공포는 공포가 아니라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우리는 좀 더 이기적인 얼굴이 돼서, 좀 더 각개 약진하는 체질로, 좀 더 타자를 의심하는 눈빛으로 마스크를 벗으려 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폐업한 사람들, 겨우 입에 풀칠만 하며 견딘 사람들에겐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소비 심리도 살아나고 있으며, 다들 코로나 이전 시절로 돌아갈 기대에 들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일이 하나 있다. ‘팬데믹 이후’는 또다시 도래할 다른 ‘팬데믹 이전’일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다른 팬데믹 사태 역시 인간이 통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전무후무했던 기나긴 전염병의 시절,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가? 관용과 배려, 상호부조의 공동체 정신을 잃지는 않았는가? 혐오와 증오, 분리와 배제의 갈라치기를 생존의 감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는가?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고, 또 다른 바이러스가 도래할 것이다. 지난 2년여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다른 팬데믹 시대를 질문하고 대비해야 한다.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생활양식을 준비해야 한다. 나의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보다 사회적 약자(타자)의 안색을 살피는 시선, 그 관용과 배려의 정신을 상식으로 세워야 한다. 바이러스를 핑계로 혐오라는 바이러스가 들어설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이 시작된 직후 지구 곳곳에서 맑게 갠 하늘과 풍경을 찍은 사진들이 언론매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쟁적으로 소개되던 것을 기억한다. 인간이 활동을 줄이자 자연이 싱그럽게 되살아나는 역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언을, ‘팬데믹 이후’가 지구와 자연의 입장에선 더 큰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