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팬데믹 이후 이제 영화상영관에서 고소한 팝콘 향기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게 됐고, 그동안 공연장에서 금지됐던 관객의 떼창도 함께 부를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던 소소한 관람의 즐거움이 일상의 회복으로 서서히 돌아오며 함께 누리던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동안 취소되거나 축소됐던 많은 축제와 공연행사는 재개될 것이며 관람객 없이 진행했던 어색함과 우울함, 소외감을 더는 예술가들이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전시장 공연장 등 현장에서의 교감과 공감은 예술가를 예술로 작동하게 하는 관객, 대중과의 소통으로 완성된다.

예술과 대중의 소통은 성공적인 경우도 많지만 때로는 실패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실패는 예술가의 천재성과 표현의 자유를 지상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는 다수 대중의 배려로 순수하고 고상한, 고차원의 고급예술로 여겨지기도 한다. 생활에 쫓겨 예술을 제대로 배우고 이해하지 못한 나의 무관심과 무지함은 내가 이해하지 못한 예술을 더욱 높은 경지로 올려 신화화하며 손에 닿지 않는, 저 멀리서 빛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평범한 나와는 다른 기이한 사람들이 예술을 하는 것이라고 위로하며.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천재성을 발휘하는 예술가들은 대중과의 교감을 의식하지 않고 소통 부재를 고민하지 않을까? 기술이 복제되고 문화가 산업이 되고 대중예술이 보편적 정서를 반영하며 예술에 있어서 경계도 허물어지고 구분짓기가 사라져 가는 오늘의 시대를 사는 모든 예술가는 교감과 공감, 소통으로 예술을 민주화하는 것에 진심일 것이다. 오늘 천재 예술가에 대한 양보와 배려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와 함께 대중은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느낌과 의견을 표현한다.

100여 년 전 예술에서 기술복제 시대를 열었던 영화예술 초기,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보며 환호하던 대중은 직접적이고 감각적으로 반응했고, 이러한 반응의 표현은 특별한 교육이나 가치판단의 훈련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었다. 1981년 뉴욕 연방 광장에 세워졌던 세계적인 조각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36ｍ짜리 강철판 조각품(지금은 사진기록만 남은)에 대해 뉴욕타임즈 기사는 ‘어색하고 따돌림을 주는, 도시에서 가장 추한 예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직접적인 불만을 표현했고, 대중의 의견이 모여 1989년 작품은 광장에서 철거됐다. 채플린의 영화는 영화사에 고전이며 리처드 세라는 여전히 유명한 조각가로 활동 중이다.

예술과 대중, 대중과 예술은 그 어느 순간에도 공멸하지 않고 공생의 길을 함께 해오고 있다. 때로는 반목하지만 화해하기도 하며 서로에게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니까.

K-컬처라는 이름으로 세계 속에서 사랑받는 다양한 한국의 문화예술 콘텐츠는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기 전에 직관적으로 공감되는 정서, 공통감이 작동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호불호의 공통감은 대중이라는 집단 속에서 개인의 표현이 자유롭게 발현되는 다양한 기술적 매체의 상용화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대중과의 소통이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대중과 함께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교감과 공감의 공통감을 나누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예술의 대중화는 대중과의 소통이다. 최근 ‘무용은 왜 대중화가 힘들까?’라는 무용계의 자성 어린 문제 제기 속에는 무용교육과 사회적 인식의 문제, 마케팅과 콘텐츠의 부족 등을 언급하며 과거에 머물러 있는 무용계 관계자들의 변화를 촉구한다. 고전에 머물러 있는 무용계의 발전을 바라며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예술에 있어서 고전이라는 것은 그 시대의 새로운 창조였고 오늘날에도 유효한 공감을 통해 지속되고 회자되는 것이다. 직관에 의한 공통감이 작동하는 대중의 예술로. 많은 예술가가 대중을 원하며 익명의 다수 대중은 예술을 원한다. 우리 동네 작은 축제에서 댄스동아리 학생들의 공연에 즐거워하는 주민을 멀리서 바라보며 ‘내 그림도 이 학생들만큼 저분들께 기쁨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어느 화가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