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인기가 시들한가 봅니다. 오는 6월 18일 실시하는 부산시 9급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의 경쟁률이 이를 말해줍니다. 원서 접수 결과 직렬별 경쟁률이 일반행정 9.3 대 1, 사회복지 5.18 대 1이었습니다. 서울시도 비슷합니다. 일반행정 11.5 대 1, 사회복지 7.1 대 1입니다. 시험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 결시생을 감안하면 실제 경쟁률은 더 내려갑니다.

불과 5년 전인 2017년 부산시 9급 일반행정직 경쟁률이 42.9 대 1이었습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공무원 연금 개혁을 들기도 하고, 올해부터 달라진 시험제도를 꼽기도 합니다. 작년까지 선택과목에 있던 사회 과학 수학 등이 제외되고, 직렬별 필수과목이 지정됐습니다. 예를 들면 일반행정직의 경우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을, 사회복지직은 행정법총론, 사회복지학개론을 선택해야 합니다. 고졸 응시는 물론 비전공생 응시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하겠습니다.

원인이야 어떻든 이 같은 경쟁률 하락은 공직 거품이 꺼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장기간 이어져 온 ‘뭐니뭐니 해도 공무원’ 풍조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니까 말이죠. 다만 민간기업 분야가 아직도 고용 주체로서의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 같은 경쟁률 급락은 공직도 포기하고, 기업도 포기하는 사실상의 실업자를 양산한 결과는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공직 경쟁률 급락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직을 꿈꾸지만 엄청난 경쟁률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지금이 기회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직을 고민하는 30~40대 직장인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민간기업과 공직을 겪어본 경험에서 말하자면 공직이 여러 면에서 강점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루 휴가를 내는 소소한 것에서부터 각종 복지혜택이나 정년 보장까지 정말로 기업과 다르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때로는 악성민원에 시달리지만 공직이 주는 유형무형의 메리트를 감안하면 도저히 견뎌내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힘든 시험 관문을 거쳐 공직에 입문한 공무원 중에 5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이들이 늘어납니다. 공직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까닭입니다. 이에 대해 기성세대에서는 “공직조차 힘들다고 그만둘 정도면 그 어느 곳에서도 버티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중도퇴직자마다 사정이 있고, 공직에도 나름의 불합리한 요인이 적지 않으니 획일적으로 재단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말하라고 한다면 저 역시 이런 기성세대의 견해에 가깝습니다.

제가 특히 30~40대 직장인들의 공직 도전을 떠올린 이유는 기업보다는 덜 치열한 환경에서 일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개인적 만족감과 함께 공직사회의 변화 차원에서도 긍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민간기업 몫까지 메우느라 공공부문 채용을 대폭 늘렸습니다. 그렇게 공직으로 쏟아져 들어온 신규 입직자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공직에 순치되는 일을 종종 봅니다.

그런데 기업에서 근무하다 공직에 입직한 경우 공직사회가 얼마나 변화에 둔감하며, 나름의 배타적 문화에 안주하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고인물 공직사회, 연공서열 공직사회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아무래도 이런 민간기업 출신이 빨리 깨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직사회가 이들 늦깎이 임용자들을 잘 활용해야 하는 이유의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공직은 독점재입니다. 대체재가 없어 변화에 둔감해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대신 소비자들의 불만은 납세자 권리까지 얹어 종종 감정적으로 폭발합니다. 공직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민원인들이 핏대를 올리며 하는 이야기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이따위로 일처리를 하느냐”입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몰려오는 인재를 앉아서 골라잡던 시대가 지나갑니다. 청년취업난이 여전한 가운데 취업에 극도로 민감한 젊은 층이 왜 공직을 외면하는지에 대해 최소한의 문제의식은 있어야 합니다. 진화론자 다윈을 새삼 인용합니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이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그렇다고 정부나 지자체, 공직사회에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라고 무리하게 주문하는 것은 아닙니다. 변화를 읽고 따라가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