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5일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눈썹 위에 상처가 선명한 얼굴로 의회에 출석했다. 그리고 ‘오바마 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ACA)’ 폐지 논의를 위한 토론 개시를 이끌어냈다. 다음 날 밤 상원은 오바마 케어를 대체하기 위해 여기서 논란이 되는 조항만을 최소한으로 제거한 ‘스키니 리필’ 법안을 상정했다. 매케인 의원은 왼쪽 눈썹 위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 조직검사 과정에서 교모세포종으로 알려진 원발성 뇌종양이 발견됐다. 그는 치료를 위해 애리조나 병원에 입원했고 약 1주일 만에 복귀, 이날 표결을 위해 상원에 나타났다. 결국 매케인 의원이 반대투표에 동참함으로써 찬성 49, 반대 51로 부결의 주역이 됐다. 그로부터 1년 뒤 2018년 8월 24일 투병 중인 매케인 의원의 가족들은 “그는 생존에 대한 기대치를 뛰어넘었지만, 병의 진행과 노쇠해지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는 성명을 발표, 치료를 중단했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림= 서상균 기자

매케인 의원이 진단을 받은 교모세포종은 치명적인 악성종양으로 악성 뇌종양 가운데 가장 흔한 공격적인 암이다. 신경 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인 신경교종은 세포핵의 조직학적 변화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된다. 교모세포종은 이 가운데 가장 악성인 4등급에 해당하며 전체 뇌종양의 12~15%를 차지하고, 신경교종의 50~60%를 차지하는 뇌에 발생하는 단일 종양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종양이다. 종양의 발병 부위에 따라 환자는 발작이나 착란 증세를 보일 수 있다. 매케인 의원도 의회 청문회 때 코미 전 국장을 ‘대통령’으로 부르는 등 실수를 연발하며 앞뒤가 맞지 않는 질문을 한 것이 뇌종양과 관련된 증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교모세포종 치료는 수술로 가능한한 많은 종양을 제거한다. 그 후 통상적으로 환자는 6주간 항암약(테모졸라마이드) 처방과 동시에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한 달 후 환자는 4주에 한 번씩 5일간 항암치료를 6차까지 받는다. 이는 교모세포종의 표준화 치료로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치료를 한다. 치료 이후 평균 생존 기간은 대략 12~16개월이다. 5년 생존율은 7%가 되지 않을 정도로 최악의 암종이다. 그러나 최근 임상적 연구 결과 교모세포종 재발에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2차 항암제(아바스틴)가 등장해 평균 생존율은 더 높아졌다.

지방병원에서 암 진단 후 치료는 무조건 큰 병원에서 한다며 생업을 포기하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환자를 보면 안타깝다. 암 치료는 급성기 치료 후에도 연속되는 항암치료와 검사 등으로 거의 매주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른 추가적인 시간 및 비용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 우리나라 의료체계로는 전국 어디로 가든 대부분 동일한 치료 방법으로 수술 및 항암, 방사선 치료를 한다. 이런 환자 중 일부는 병의 완치로 원하던 것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나 이 경우는 지방병원에서 치료했어도 같은 결과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큰 병원을 찾은 대부분의 환자는 결국 병의 진행으로 상태가 악화되고, 경제적이나 환자 체력적으로 큰 병원 다닐 여력이 부족할 때 지방병원에서 진료한다.

베트남전의 영웅 매케인 의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보 바이든, 케네디 대통령의 막냇동생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모두 교모세포종으로 사망했다. 세계 최고 의료 기술을 가진 미국에서 돈과 권력을 모두 가진 분도 우리나라 지방병원의 치료법과 같은 교모세포종의 표준화 치료법으로 치료를 받았고, 결국 병의 진행으로 삶을 마무리했다. 만약 매케인 의원이 교모세포종 진단 후 치료를 위해 다른 더 큰 병원을 찾으면서 의회 활동을 소홀이 했다면 오바마 케어는 폐지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암 치료, 특히 교모세포종의 치료는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해 큰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치료는 환자 가까운 지역의 의사에게 맡기고 남는 시간에 환자는 생업에 집중하고 하루하루를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