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달라지고 있다. 현대미술 작가들과 협업하는 전시라든지, 새로운 디지털 기술인 실감콘텐츠를 감상하는 실감영상실이 들어서는 등 박물관이 복합문화전시관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이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프로그램의 수요가 증가하고, 스마트박물관이나 예술영상 체험 공간이 확대되고 있다. 박물관은 3차원의 가상세계를 주도하는 메타버스 같은 새로운 앱공간으로 연결되면서 불가능한 현실을 실제로 만들어 가고 있다.
박물관은 점차 정적인 공간에서 살아있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진화되고 있다. 가상공간을 통해 박물관 공간 안으로 들어가고 유물을 직접 만져 볼 수도 있다. 아마도 곧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가상세계에서 실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인디애나 존스와 같이 고대 속 세계로 들어가 과거의 인물을 만나 모험을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세계도 가능해질 것이다. 디지털은 실제와 가상 공간이라는 경계를 넘나드는 경이롭고 매력적인 기술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콘텐츠가 있다고 모두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를 주도하는 곳은 예산의 문제에서 좀 더 자유로운 국립박물관들이다.
그러나 환상적이고 매력적인 디지털기술이 접목된 미디어아트는 몇 분 순간에 머무는 감각적인 영상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오랜 세월을 지켜 온 유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영원성을 지닌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사유의 방’이 인기다. 금동반가사유상을 보며 함께 깊은 생각에 잠기며 성찰하고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유물이 지닌 진짜의 힘이다. 최고의 명품을 보는 그 순간은 마치 가상세계에 온 듯 현실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작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박물관의 생명력은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들이다. 부산이 역사적으로 해양, 관문도시라는 역사성과 전통성을 지녔음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사실도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이다.
부산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활동적이며 타인을 포용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는 거친 바다를 통해 다른 나라와 교류하고 선진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개방적으로 성장한 부산의 역사 및 도시 형성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묶어주는 정체성도 고대부터 바다를 통해 중국이나 일본과 교류한 역사다. 선사시대부터 국제항이었음을 증명한 경남 사천의 늑도유적, 인도의 아소카왕이 울산 바다를 통해 보냈다는 전설적인 황룡사 장육존상 모형, 그리고 일본계 흑요석과 토기가 발견된 부산 영도의 동삼동 패총이 이를 증명한다. 조선 전기 일본인들의 왕래와 거주를 허가한 동남해안의 포구도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동래 부산포, 경남의 진해 제포, 울산의 염포 등 부울경 지역에만 삼포(三浦)가 설치되었으며, 이후 부산에는 초량왜관이 200여 년간 지속되었다. 부울경 모두 바다와 접하면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며 독특한 역사를 형성해 온 것이다. 바다로 이어지는 유적과 유물로 풍부하게 엮어진 해양사야말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적 정체성이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성공을 위해서는 문화적 동질감이 꼭 필요하다. 이것 없이 단일화한 행정구역은 그야말로 기단이 없는 탑에 불과하다. 메가시티의 성패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감을 통해 부울경 시민이 동질감을 느끼는 데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부울경이 공유해온 지역과 역사의 이야기를 어떻게 발굴하여 홍보할 것인가. 이제, 메가시티의 역사를 연계시켜 줄 수 있는 박물관에 주목할 때이다.
우리는 내년 부울경 박물관이 함께 모여 개최하는 특별전을 기획하고 있다. 이것이 앞으로 진행될 부울경 문화협력 사업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남권 바다를 통해 역사적으로 공유해온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특별전은 부울경 문화 공감의 출발점이 된다. 여기에 진정성 있는 유물을 선보이고 다양한 디지털 기술까지 접목한다면 부울경의 문화 세계를 풍성히 보여주는 잔치가 될 수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미래는 먼 곳에서가 아니라 우리 곁의 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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