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많은 이의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전쟁은 사회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며,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을 가져오기도 한다. 성형수술 분야에서 제1, 2차 세계대전은 성형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요즘은 ‘성형’을 외모 지향주의를 조장하는 상업적인 분야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성형수술은 전쟁으로 인해 손상된 신체 부위와 기형을 복원하기 위한 ‘재건성형’을 통해 발전해 왔다. 진짜 성형외과는 ‘아름다움’ 추구에 앞서,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행복을 위한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인 것이다.

그림= 서상균 기자

요즘은 미용성형이 성형수술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성형외과 영역은 크게 재건과 미용으로 나뉜다. 재건성형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과거에는 코에 대한 성형이 주를 이뤘다. 이집트나 인도 등에서는 전쟁포로나 범죄자에게 코를 자르는 벌을 내렸으며, 이로 인해 코를 재건하는 수술이 시도됐다. 15세기 말부터 유럽에서는 매독의 유행으로 코가 녹아내린 사람들의 재건 수술이 급증했다. 이후 제국주의를 등에 업은 인종주의자들은 코를 인종 분류 기준으로 삼기도 했는데, 유럽인의 얼굴을 아름다운 인간의 표준으로 삼고 아프리카인들을 유인원과 같은 추한 존재로 인식했다. 또한 유대인의 긴 코나 매부리코가 재물의 상징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유대인의 매부리코에 대한 성형 수요가 생겨났다. 당시 성형은 마취나 소독의 개념이 희박해 엄청난 고통과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는 야만적인 방법이 대부분이었지만, 유대인의 매부리코 성형은 꾸준히 시도됐다.

이전의 수술은 코에 대한 성형이 주를 이뤘으나,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을 통해 성형수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재건성형을 시작으로 고도로 발전된 미용성형에까지 이르게 된다. 제1차 대전은 폭탄과 기관총을 피하기 위해 땅을 파서 몸을 숨기고 머리만 살짝 내미는 참호 전투가 대부분이라 파편이나 총탄에 의한 안면부 외상환자가 주를 이뤘다. 특히 얼굴에서 돌출된 부분인 코나 턱 등 얼굴의 한 부분이 완전히 손상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쟁이 끝난 뒤 가까스로 살아남아 고향에 돌아왔지만 안면부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삶을 포기할 정도로 좌절감을 느끼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병사가 많았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의사 해럴드 길리스는 얼굴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참전용사들의 재건성형을 중점적으로 시도해 오늘날 ‘성형수술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는 소실된 얼굴 부위의 복원을 위해 상처 입지 않은 부위의 피부를 상처 부위에 이식하는 최초의 피부이식을 시도했다.

2차 대전은 1차 대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의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2차 대전은 탱크 전투와 전투기를 이용한 공중폭격이 주를 이뤄 폭탄으로 인해 대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화상 치료가 발달하는 계기가 됐다. 많은 사상자를 낸 전쟁을 통해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다양한 임상 경험이 쌓였다. 요즘 시행되는 미용성형의 기본 원칙 대부분 이때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에서 의술은 위험에 처한 생명을 살리고, 부상당한 사람을 치료하고 빨리 회복시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재건성형을 통해 전쟁 이후 이들을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한 재활의 영역까지 담당하게 된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 성형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점차 선천적 기형 또는 후천적 사고로 발생하는 기형을 치료하는 영역으로 확대됐다.

전쟁 기간 또는 직후의 초창기 재건성형은 기본적 기능이나 정상적 형태의 복원에만 중점을 뒀다면 오늘날의 재건성형은 원래의 기능·형태 복원은 물론 흉터와 감각, 미적인 부분까지 신경 쓴다. 또한 외적 아름다움과 더불어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미용성형 분야로 발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을 파괴시키는 전쟁을 통해 성형수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치료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로 이후 세대는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누리며 산다. 하지만 더는 전쟁이라는 비극을 통한 발전은 달갑지 않다. 하루빨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종전 소식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