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돼 ‘제3차 세계대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비단, 전쟁은 눈에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대형기선저인망과 대형트롤 어선들도 우리나라 국민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단백질 공급과 해양 영토 수호를 위해 현재도 중국 일본 대형 어선들과 보이지 않는 어업 전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어선들은 과도한 어업규제, 조업구역 축소, 어선 감척,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어로 비용 증가 등 우리나라 수산업을 위협하는 각종 문제로 연안국들에 비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삶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조업구역 감소는 많은 선사가 경영난을 겪는 가장 큰 요인이다.

대형기선저인망과 대형트롤은 조업구역과 조업금지구역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1953년 수산업법이 제정되면서 조선어업령 때 설정한 기선저인망과 대형트롤 조업금지구역선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후 1963년 기선저인망어업이 대형과 중형으로 분리되면서 대형은 조업구역이 제한되고 서해상에서 조업금지구역이 크게 확대됐다.

이후 1990년 후반 한·중·일 각국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선포하면서 기존 영해 3해리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해양질서가 확립된 결과 조업구역은 더더욱 축소됐다. 2014년에는 쌍끌이대형저인망어업의 조업금지구역이 제주도 남측 해역 11㎞ 이내에서 17㎞ 이내로 확대됐지만 대체 어장을 약속했던 해양수산부의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축소된 조업구역 속에서, 서해에서는 대규모 중국 타망(저인망), 유망(유자망) 어선들과의 경쟁 조업이 심화됐다. 올해 중국과 한국의 EEZ에서 조업이 가능한 타망류 어선의 규모와 할당량은 중국이 711척(3만5442ｔ), 한국이 180척(5365ｔ)으로 중국이 월등하다.

또한 중국 위망(선망), 유망어선들은 우리 어선들이 조업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서해, 북위 35도 이북 수역 중 영해선 외측 5해리까지의 수역까지 조업하고, 조업구역을 넘어서 불법조업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서해에서는 중국과 경쟁 조업을 하고 있지만 동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동해 최대의 황금어장이라고 불려 제2차 한일 어업협정 당시 첨예한 협상이 진행됐던 대화퇴에서는 일본 저인망 어선 다수가 허가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형기선저인망의 경우 어선 규모와 냉동시설 부재 등의 이유로 대화퇴에서 조업하지 않고, 대형기선저인망과 대형트롤 어선들은 현행 규제에 묶여 동해에서 조업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2003년부터 북한에 입어료를 지불해 동해에서 조업하는 중국 쌍타망 어선들까지 우리나라 EEZ인 대화퇴에서 불법으로 조업을 하고 있어 해양영토 침해와 자원남획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연근해 생산량을 높이는 동시에 우리나라 해양영토를 굳건히 수호하고 최소한의 조업구역 보장과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기본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위망어업(1월 1일~ 4월 30일 및 9월 1일~12월 31일)과 유망어업(9월 1일~12월 31일)이 대형기선저인망 금지구역선 내측에서 영해선 외측 5해리까지 조업이 가능한 것처럼 우리의 대형기선저인망과 대형트롤 어선들도 최소한의 조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동일한 수역에서 한시적으로 조업을 허용해야 한다.

대화퇴 지역은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어선들이 수산물 확보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동해안 어업인들이 대형기선저인망과 대형트롤 어선들이 동해에서 조업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만, 대화퇴 지역은 깊은 수심과 강한 파도 때문에 연안어선들의 조업이 쉽지 않은 곳이다. 따라서 동경 133도 이동으로 조업구역을 제한해 중국 일본 대형 어선들과 경쟁 조업함으로써 우리나라 수산물과 바다를 지키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에게 바다는 추억이 깃든 곳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바다는 우리의 미래이며 삶의 터전이다. 각종 어려움으로 우리의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는 이 현실에서 우리의 터전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기대해 본다.